문무일 검찰총장 "검찰개혁 반쯤 했다…나머진 후임이"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사진=대검찰청.

문무일 검찰총장이 자신이 구상했던 검찰 내부 개혁이 절반 정도 이뤄졌으며 나머지 과제들은 후임 검찰총장에게 넘겨주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총장은 25일 오후 2시 '법의 날'을 맞아 대검 블로그기자단과 함께 한 검찰체험관 개관 행사에서 "원래 생각했던 내부적인 제도 개혁은 반 정도 시행되고 있다"며 "나머지 절반은 하고 싶지만 구성원들이 너무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뒷분한테 과제로 넘겨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내외부 개혁 등 여러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취임했다"며 "과거에 대해 수사하면 (검찰에) 유불리가 생길 수밖에 없고 정치적 논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취임 이후 내부가 큰 혼란에 휩싸였고 외부의 압력도 예상보다 강했다.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 총장은 취임 이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의사결정기록화, 형사상고심의위원회 등 새로운 제도들을 도입했다. 그러다보니 내부에서 일부 반발하는 검사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의 발언과 관련, 대검찰청 관계자는 "개혁 과제 중 준비가 돼 있고 시급하다고 생각한 것은 했고 나머지는 장기과제들이어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개혁을 시작만 해두고 정착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끝날 수 있어서 취임 1년차에 개혁 과제 제시하고 2년차에는 공고화하는데 그런 원론적인 것을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과거 검찰의 오만에서 비롯됐다고도 했다.그는 "지금 검찰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고 있는데 변혁의 시대가 되면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고통스러워 한다"며 "국민의 눈에 (검찰은) 누려왔던 사람으로 볼 수 있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돌아보며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조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개혁 과제 역시 문 총장의 취임 직후부터 계속돼 왔다. 이번에도 문 총장은 "검찰 조직문화를 수평문화로 바꾸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제 숙제"라며 "검찰의 업무 프로세스 중 어느 부분을 고쳐야 할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제가 취임하면서 의사결정과정을 기록화했고 아직 초기이지만 자리를 잡으면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검찰의 업무 교육방법도 상하관계에 의한 도제식인데 유지를 하더라도 매뉴얼을 세밀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용어 역시 '수사지휘'가 상하개념인데 수평문화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법률을 바꾸는 것도 내부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검찰 내부 구조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문 총장은 "사회에서 많이 논의되는 '미투' 운동과 양성평등, 성평등 관련 이야기가 본격화된 것이 검찰에서 시작됐다"며 "안타깝게도 검찰은 업무특성상 유달리 강한 수직문화가 자리잡고 있는데, 수직적인 업무방식과 의사소통 구조가 수평적인 시대문화와 맞지 않는 것이 거의 한계점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