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BOE, 화웨이로 가면 역적인가요?"

중국한국상회가 26일 중국 베이징 힐턴호텔에서 개최한 모닝포럼에서 이우근 칭화대 마이크로·나노전자공학과 교수가 '중국의 IT 굴기, 위협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유대인과 중국의 화교가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우리도 한국의 인재들을 활용해야 한다. 중국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역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우군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의 제조업 육성 과정에서 중국 기업으로 이직한 한국인들을 한중 협력을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우근 칭화대 마이크로·나노전자공학과 교수는 26일 중국한국상회가 베이징 힐턴호텔에서 개최한 모닝포럼에서 '중국의 IT 굴기, 위협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소프트 파워(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미국의 핵심 분야들을 장악한 유대인들의 위력을 절감했다"면서 "중국의 화교들도 동남아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수의 유대인들이 미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우리도 중국에 영향력을 미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중국 내 우리 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제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핵심 분야에서 우리 인력들이 중국 기업으로 많이 옮겨갔고 국내에선 이들을 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 영향을 미치는 한중 협력의 주요 포스트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우리는 실리콘밸리에서 인재가 나오면 국내 대기업에 다 모시고 오고 본다"면서 "무조건 국내로 금의환향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기술 뿐 아니라 큰 시장이 있다"면서 "갑이 을을 이길수 없는 것처럼 시장을 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에서 BOE나 화훼이 같은 중국기업으로 가면 역적이 돼야 하느냐"면서 "이런 분들을 욕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인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중국 여기저기에 우리의 전문가 집단이 많이 있는데 잘 나타나기를 꺼린다"면서 "정부에서 이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국가적인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또 중국이 AI(인공지능), 5G통신, 반도체 등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 우리와 격차가 있는 만큼 이 분야의 경쟁력을 토대로 한중 협력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빅테이터 분석이 핵심인 AI와 5G, 블록체인 등 4차 산업 기술들이 발전할수록 반도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면서 "4차 산업의 바틀넥이 하드웨어인 반도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낸드 플래시 분야는 중국이 상대적으로 따라오기가 쉽지만 D램은 10년이 지나도 우리를 따라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폭발적인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성장으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처리 노하우를 익힌 중국 기업들과 한국의 반도체 기술을 접목해 협력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교수는 "기술 협력을 통해 글로벌 파트너로서 기술 표준화를 같이 할 수 있다면 4차 산업에서 중국, 동남아를 넘어 유럽 등지로 뻗어나가는 윈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