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코인 보유한 거래사이트…관리는 '알아서'

빗썸 본사

가상통화 거래사이트가 막대한 양의 가상통화를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시세 조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거래사이트 보유 자산에 대한 법규는 전무해 '규제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는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회사가 보유한 가상통화 규모가 6조3584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빗썸 회원 소유의 가상통화는 5조9424억원 규모다.

빗썸이 공개한 회사 소유 가상통화 현황 /자료=비티씨코리아 감사보고서

지난해 가상통화 열풍이 불면서 매출과 자산이 늘어난 빗썸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올해 처음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는 매출, 자산 등과 함께 빗썸이 보유한 가상통화의 종류와 수량이 모두 담겼다.


눈길을 끄는 것은 4160억원 상당의 빗썸 소유 가상통화다. 빗썸에 따르면 회사가 보유한 가상통화는 거래 수수료로 쌓인 것이다. 빗썸은 가상통화 거래를 중개하고 양측에게서 0.15%의 수수료를 받는다. 가상통화 매도자한테는 원화로 수수료를 받지만 매수자에겐 해당 가상통화로 수수료를 받는다.

빗썸 뿐 아니라 다른 거래사이트도 상당한 양의 가상통화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코빗은 총 1조5691억원 규모의 가상통화를 보유하고 있다. 코빗 소유의 가상통화는 총 390억원 규모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거래사이트에 의한 시세 조종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거래사이트가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유 가상통화를 특정 시점에 쏟아낸다면 충분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만한 규모"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빗썸은 실제로 소액의 가상통화를 매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처분한 가상통화는 차익 실현이 아닌 서비스 테스트를 위해 판매한 '테스트머니'이고, 액수도 수천만원에 불과하다"며 "이외에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감사보고서에 빗썸은 지난해 가상통화 처분 이익 5736만원, 암호화폐 처분 손실 6128만원을 기록했다.


거래사이트 소유 가상통화 뿐 아니라 고객 가상통화 관리에도 문제가 드러난다. 현재 거래사이트들은 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안에 따라 고객 자산의 70%를 '콜드 월렛'(오프라인 상태의 물리적 저장장치)에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에 쓰이는 30% 규모의 가상통화는 언제든 거래가능한 상태다. 거래사이트가 이 가상통화를 이용한 수익 창출에 나서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사실상 업체 자율에 맡겨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감사보고서를 낼 정도로 규모가 큰 대형 거래사이트는 거래내역이 드러나지만 중소 거래사이트는 완전히 사각지대에 있다"며 "마음만 먹으면 시세 조종이나 고객 자산을 유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도 관리 방안과 법규 정비에 대한 논의에 나서고 있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핫월렛이나 거래사이트 보유 자산에 대한 제도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협회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상통화 시장 관리에 나선 규제 당국도 없고, 법도 전무하다. 하루빨리 규제 시스템이 도입되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