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 희비 함께한 김용환 회장, 아름다운 퇴장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26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농협금융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농협금융을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3대 금융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한 단계 도약시키고 떠난다.


김 회장은 26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농협 가족의 일원으로 함께했던 시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농협금융의 임찬 비상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처음 왔을 때 농협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으나 지난 3년동안 거대한 농협을 잘 알게 됐다"며 "범농협의 시너지를 잘 활용하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금융그룹으로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2015년 4월 취임한 김 회장은 농협금융이 겪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했다. 2016년 과감한 빅배스(대규모 부실채권 정리)를 단행해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농협금융을 정상화시켰다. 빅배스를 통해 수익 창출 토대를 마련한 농협금융은 지난해 846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2012년 농협금융 출범 이후 사상 최대일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목표 65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지난 1분기에도 390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올해 역시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예고했다. 순이익이 늘어나면 농업과 농촌 발전을 지원하는 농업지원사업비와 배당도 덩달아 늘었다.

미래 성장을 위한 경쟁력도 확보했다. 취임 초기부터 '글로벌'을 강조한 김 회장은 중국, 인도,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진출을 꾀했다. 2016년에는 농협은행 최초의 해외법인인 농협파이낸스미얀마를 개설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그동안 약하다고 평가받던 CIB(기업투자은행) 부문도 키웠다. 지난해 CIB부문이 거둬들인 순이익은 전체 순이익의 약 10%를 차지했다. 김 회장은 CIB를 잘 활용하면 농협금융이 골드만삭스처럼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모바일 플랫폼 '올원뱅크'를 출시하고 디지털금융 조직을 확대, 강화하는 등 디지털부문은 국내 은행권에서 가장 앞서나갔다.


역량을 인정받은 김 회장은 지난해 농협금융 회장으로는 처음으로 임기를 채웠을 뿐만 아니라 연임에도 성공했다. 3연임도 조심스럽게 점쳐졌으나 후배인 김광수 전 FIU(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이 최종 후보군에 포함되자 농협금융의 발전을 위해 용퇴를 결심했다. 김 회장은 "김광수 신임 회장은 금융에 대한 오랜 경험과 혜안을 가졌고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며 "새 회장이 훌륭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농협금융은 주주총회를 열고 김 전 원장을 신임 회장으로 확정했다. 김 신임 회장의 임기는 29일부터 2년이다. 취임식은 30일 오전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