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 '다문화 프렌들리'…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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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 100명 중 4명 이상이 외국인인 '글로벌 코리아'가 도래했만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갈 길이 멀다.

25일 법무부에 따르면 3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총 225만명을 넘어섰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은 총 31만6000가구(가구원 96만명)에 이른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빠른 속도로 늘었지만 다문화정책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다문화가족지원정책은 한국인과의 결혼 이민자만으로 한정짓고 있고,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이해교육도 걸음마 수준이다. 내·외국인이 서로 이해하고 동행하는 삶을 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다문화가족지원법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부터 진정한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해가 다소 편협했다. 여가부가 정착 지원을 하기 위해 정의한 다문화 가족의 범위는 △한국인(출생·인지·귀화 등 불문)과 결혼이민자(외국인)로 이루어진 가족 △한국인과 귀화자로 이루어진 가족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살던 외국인 유학생끼리 결혼해 계속해서 거주해 사회의 일원이 되더라도 다문화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셈이다.

여가부의 해석과 달리 인문학 사전은 다문화를 '한 국가나 한 사회 속에 다른 인종·민족·계급 등 여러 집단이 지닌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사회'로 정의한다. 엄연히 한국 사회에서 결혼해 사회 생활을 영위한다면 모두가 한국 사회 구성원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닌 중국 출신 왕양씨는 "한국인과 결혼하는 것이 아닌 이상 다문화가족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 9년 동안 거주한 여청요씨도 "한국은 애초에 이민국가가 아니었기에, 이민정책이 부실한 것이 사실이다"라며 "중국으로 다시 돌아갈까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외국인들끼리 결혼해서 살면 그건 다문화가 아니라 단일문화아닌가요?"라며 "당연히 정착 지원은 없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다문화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비판하며 다양한 형태의 다문화 가족을 모두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재석 한국 이주·동포 개발연구원 소장은 "외국인 부부도 연기나 수증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구성원으로, 당연히 다문화 사회의 일원이다"라며 "내국인과 결혼해야만 다문화라는 건 국가지향적이고 배타적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곽 소장은 "한국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을 무조건적으로 한국 문화에 동화시키려는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문화적 모자이크(salad bowl)를 지향해야 한다"며 "외국인 부부도 포함하는 등 폭넓은 이민·다문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혼이주여성 선생님들에게 몽골, 베트남, 필리핀, 태국의 문화를 배우는 홍천누리봄다문화학교/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편견과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마련된 교육 정책도 미흡하다.

교육부는 중앙다문화교육센터를 통해 다문화 유치원·다문화 예비학교·다문화 연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 유치원과 예비학교는 다문화 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문화 등 맞춤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8년 현재 전국에 다문화 유치원 131개원, 다문화 예비학교 195개교(221학급)가 운영되고 있다.

다문화 학교가 소수자만을 대상으로 교육한다는 점에선 지적이 나온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에서 내·외국인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도 글로벌 인식과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다문화수용성지수는 53.95점(100점 만점)에 그쳤다. 외국인을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응답도 3명 중 1명(31.8%)에 달했다.

3년째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마리나씨(노르웨이)는 "한국에서 차별을 받아 봤지만 나쁜 의도가 있다기 보다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는 교육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돌프씨(르완다·4년 거주)도 "한국인은 나를 볼 때 '아프리카의 대통령이 누구냐'고 묻는다"라며 "외국의 역사나 문화·지리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교육당국은 일반 학생들도 다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다문화 중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중 일부를 지정해 교과·비교과과정에서 반(反)편견, 세계문화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간극을 좁히는 교육을 하고 있다.

중앙다문화교육센터 관계자는 "안경 쓴 사람을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듯이 외국인과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다르게 보지 않는 학생들을 길러내고자 하는 취지"라며 "지난해 다문화또래수용성, 세계시민의식, 외국인수용성, 다문화통합성 등이 모두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중점학교의 절대적 수가 적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다문화중점학교는 전국 초·중·고등학교(1만1613개교) 중 318개교(18년 기준)로 약 2.7%에 불과하다. 세부정책도 미흡하다. 중앙다문화센터에서 컨설팅이나 성과 측정을 하고 있지만 교육 자체는 일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맡겨 보편적인 교육 기준도 없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 자체에 국제화·다문화 관련 내용이 포함돼 교육되고 있으며 다문화중점학교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며 "아직 미흡한 면이 많지만 다문화수용성이 높일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