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상납' 전 국정원장들 중형 구형 "국정농단 초래"

남재준 전 국정원장./ 사진=뉴스1

박근혜정부 청와대에 수십억대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상납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전직 국정원장들의 결심공판에서 남재준 전 원장과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해선 징역 5년이 구형됐다.


남재준 전 원장에 대해 검찰은 "국민혈세로 조성된 돈을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상납해 그 금액이 6억원에 달했다"며 "정보기관의 특성상 은밀히 예산이 편성되고 사후 감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국정원은 청와대와 유착하면서 국민을 위한 안보수호 기관이 아닌 대통령이라는 권력자의 사적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초래했다고도 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남 전 원장이 사기업을 압박해 경우회를 지원하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 검찰은 "민간기업을 하수인 취급한 것으로 이 시대에 사라져야 할 범죄"라며 "죄책이 엄중함에도 남 전 원장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를 때까지 터무니 없는 변명으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해 검찰은 "청와대와 부속비서관실에 매월 일정액을 상납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에 뇌물을 공여하면서 예산편성·심의에 편의를 부탁했다. 국가가 입은 손해가 9억원이 넘는다. 예산은 국민의 피땀어린 세금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서도 "국가안보를 위해 쓰여야 할 세금을 대통령이 요구한다고 해서 개인 돈처럼 임의로 사용했다"며 역시 엄벌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남재준 전 원장 등은 국정원장 재직 시절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재준 전 원장은 6억원, 이병기 전 원장은 8억원, 이병호 전 원장은 19억원을 상납했다고 한다.

이 특활비는 2016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내 친박 계열 인사들을 당선시키기 위한 불법 여론조사 등에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1억5000만원 상당의 불법자금을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남재준 전 원장은 "VIP(대통령) 관심사안"이라며 이헌수 전 기획조정실장을 시켜 당시 친정부 집회를 활발히 개최하던 경우회를 지원하도록 현대기아차그룹을 압박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헌수 전 실장에 대해 징역 5년을, 이원종 전 비서실장에 대해 징역 5년에 벌금 3억원, 1억5000만원 추징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