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대이은 폭언, '공격자와의 동일시' 전형"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갑질 영상 중. 이 영상에는 이명희 씨 추정인물이 하청업체 직원들을 밀치고, 삿대질을 하고, 서류를 뺏어 바닥에 던지는 등의 모습이 담겨있다.(유튜브 갈무리)/사진제공= 뉴스1

술에 취해 밤늦게 들어온 아버지가 가족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치를 떨던 아들이지만 어느덧 가장이 됐을 때 가족들에게 아버지와 똑같은 행동을 일삼는다.

정신분석학 이론 중 하나인 '공격자와의 동일시'를 설명할 때 흔히 등장하는 장면이다.

이명수 용인정신병원 진료부원장은 대한항공 일가의 대를 이은 언어폭력을 공격자와의 동일시 이론으로 설명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기획이사로 활동 중인 이 부원장은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의사소통 방식이 대를 이은 것으로 분석했다.

공포를 주는 존재이자 저주의 대상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 닮아가는 현상이다. 공포를 이기기 위해 스스로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든다.

또 다른 상황. 귀신이 무서워 밤에 밖을 못나가던 어린아이가 어느 날은 한밤 중에 밖으로 나갔다.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귀신이라고 생각하니 무섭지 않다'고 한다.

이 부원장은 "대한항공 일가의 일련의 사건을 보면 상대를 향해 윽박지르는 것으로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희 이사장이 소리를 지르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지켜 봐온 자녀들이 무의식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숙지하고 그대로 따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약자에 대한 갑질'이라는 도덕적 판단 기준이 빠져 있다.

이 부원장은 "자살도 유전적 경향성 연구가 있지만 중요한 건 문제 해결 방식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며 "기성세대가 자살로 문제를 해결하면 청소년들이 학습한다"고 설명했다.

가족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 사회적 계급에 대한 교육이 있었다면 폭언에 의한 문제해결이 더 강화됐을 개연성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어머니가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며 성장했고 알게 모르게 이런 방식의 문제해결 교육을 받았다면, 이게 효과적이라고 느꼈다면 행동이 강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