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주요국 가상통화 규제, 부작용 최소화에 초점"

임종철 디자인기자

가상통화의 법적 성격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가운데 주요국들은 부작용 최소화에 초점을 맞춰 가상통화 규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보호, 범죄나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 방지, 공정 과세 등의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개별 국가의 대응에 한계를 느껴 국가 간 공조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 가상통화 가격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6년말 964달러에서 지난해말 1만2952달러로 1244% 급등했다. 비트코인 외에 신종 가상통화의 개발과 거래도 늘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전 세계 1335종의 가상통화가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5725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가상통화 거래 급증으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늘었다. 가상통화가 기반을 두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분산원장방식 자체는 보안성이 높지만, 가상통화 교환소는 해킹에 취약한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또 거래가 익명화돼 있고 국가 간 거래가 자유로운 만큼 자금 세탁 경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문제는 현재까지 가상통화에 대한 법적 성격이 정립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상통화는 디지털혁신 흐름 속에서 새롭게 출현한 것으로 지급수단과 투자자산으로서의 성격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주로 소비자 보호, 불법행위 방지, 조세형평 차원에서 기존 법규를 적용해 분야별로 대응하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먼저 주요국들은 소비자보호를 위해 가상통화 취급업체의 등록, 인가제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4월부터 가상통화 취급업체는 금융청에 등록하고 최소 자본금 요건을 충족하도록 했다. 이들은 거래장부와 감사보고서를 작성, 제출해야 할 의무도 갖는다. 미국의 경우 뉴욕주에서 주 감독규정을 개정해 가상통화 취급업체의 인가 취득을 의무화했다. 또 미국, 스위스 등은 ICO(가상화폐공개)에 기존 증권관련 법률을 적용해 규제하고 있다.

불법행위 방지와 관련해서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2015년 6월 회원국이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적용하는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이용 방지 지침을 가상통화 취급업자에게도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회원국들은 권고안 반영을 위해 법률 개정을 진행 중이다.

주요국들의 가상통화 세법 부과 현황은 가상통화의 성격을 규정하는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미국은 가상통화를 '자산'으로 보고 가상통화 매매와 관련해 발생한 소득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일본은 가상통화를 '상품'으로 보고 세법상 과세 요건을 충족할 경우 과세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매매차익은 기타소득으로 인정해 세금을 부과한다. 다만 일본, 호주, 미국,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이중 과세를 우려해 가상통화 매매 시 부가가치세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

최근엔 가상통화 규제에 있어 국가 간 공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개별 국가의 대응으로는 규제 효과가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3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선 가상통화에 대한 국제공조 필요성을 논의한 뒤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가상통화에 법적 화폐의 핵심 특징이 결여돼 있으며, 회원국들은 FATF 기준의 이행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한은도 가상통화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난 1월 '가상통화 및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공동연구 TF'를 꾸리고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TF는 가상통화가 지급결제시스템이나 금융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한 뒤 올해 상반기 중으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