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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주 52시간 근무 시대의 일벌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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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현 기자
  • 2018.05.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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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점심 먹고 퇴근 준비할 때면 그만큼 뿌듯하고 설렐 때가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사회생활을 했던 선배들의 회고다. '너희는 모르지? 우리 땐 말이야' 하던 의기양양한 표정들이 생생하다. 한 시대를 함께 호흡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낯선 과거가 이만큼 생소했던 적이 없다.

고백하면 나 역시 후배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나 땐 말이야"를 주문처럼 읊던 날들을 반성할 수밖에 없다. 야근을 무공훈장처럼 과시하고 은연중에 강요했던 그 자리를 후회한다. 토요 근무를 향수로 간직한 선배들을 낯설게 바라봤지만 지난했던 과거를 아름답게 포장하고 폼잡는 꼰대 기질은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지난주 만난 삼성그룹 한 임원은 근무시간이 화제에 오르자 이런 일화를 꺼냈다. 선심 쓸 요량으로 금요일 오후 2시 단체 외근 후 조기 퇴근하자는 얘기를 꺼냈더니 부서원들 표정이 이상하더란다.

고참급 직원이 넌지시 귀띔해준 말을 듣고서야 그는 아차 싶었다. "이달부터 자율출퇴근제와 주 52시간 근무 때문에 금요일 점심이면 이미 대부분 퇴근하고 없습니다."

함께 듣고 있던 이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누군가는 더디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세상의 변화가 이렇게 빠르다고 생각한 이가 나 혼자는 아니었을 게다. 10년 전만 해도 머니투데이는 '한국 연간 노동시간 세계 1위' 기사를 썼다. 주 5일제가 시행되기 전의 기록이다.

어렵게 꼰대 기질을 고백한 김에 하나 더 짚자면 주 52시간 근무 시대의 경쟁력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근로시간 단축의 효과가 생산성과 효율성, 고용의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분야처럼 근무시간 쏠림현상이 불가피한 업종에서 주 52시간제를 어떻게 운용할지 같은 문제도 여전히 난제다.

바라건대 모처럼의 워라밸 정책이 역풍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한다. 일벌레들의 대한민국도, 부(富)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린 대한민국도 나에겐 상상하기 싫은 미래다.
[기자수첩]주 52시간 근무 시대의 일벌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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