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박정호 이번에도 통할까…ADT캡스 인수 막전막후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다시 한번 M&A(인수합병) 승부수를 띄웠다. 물리보안(출동보안) 시장 2위 기업인 ADT캡스를 전격 인수했다. 박 사장은 6년 전 반도체 제조사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인수를 성사시킨 핵심 인물. 그는 이번 ADT캡스 인수전에서도 선봉에서 지휘했다. 그룹내 ‘M&A 승부사’로 통하는 박 사장의 이번 선택이 제2의 M&A 신화로 이어질 지 여부가 주목된다.


SK텔레콤은 8일 이사회를 열고 ADT캡스의 모기업 사이렌홀딩스코리아 지분 55%와 경영권을 7020억원에 인수키로 최종 결정했다. 컨소시엄을 함께 꾸린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은 5740억원을 투자해 나머지 지분 45%를 보유한다. ADT캡스는 현재 물리 보안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으로, 3분기 중 인수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박 사장은 그간 ADT캡스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보안이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혁명 관련 미래 산업들의 핵심 인프라로 차세대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경영진 회의에서도 “보안 산업은 4차산업혁명 시대 텃밭”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번 ADT캡스 인수전에서 SK텔레콤이 보여준 행보는 ‘정중동(靜中動)’이다. 예비입찰, 본입찰에 이르기까지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지 않으면서 ‘무관심’ 전략으로 대응했다.

판세를 미리 읽고 내린 결정이다. SK텔레콤은 2013년부터 매각이 추진된 ADT캡스의 유력 인수 후보자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지난해 말 매각 주체인 사모펀드 칼라일과 매각주관사인 모간스탠리는 매각 절차를 시작하며 정작 SK텔레콤에게는 투자안내서(초청레터)를 보내지 않았다.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은 흔들리지 않았다. SK텔레콤이 인수전에 뛰어든 건 지난 3월 맥쿼리의 공동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부터다. 지난 2월 진행된 본입찰 이후 매각절차가 한 달 여간 지지부진했던 시기다. 이후 매각주체인 사모펀드 칼라일측과의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협상 과정에서도 적정 인수가격이 3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몸값 높이기’식 소문이 유포됐지만, 박 사장은 “우리 아니면 팔 데 없을 것”이라며 되받아쳤다.

겉으론 여유를 보였지만 사실 SK텔레콤은 올 초부터 ADT캡스에 대한 실사를 치밀하게 진행했다. 박 사장의 ‘승부사’ 기질이 ADT 인수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조 단위의 인수가가 거론됐던 초기 상황과 달리 SK텔레콤은 7000억원으로 ADT캡스 경영권을 확보하며 효율적인 투자에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박 사장은 2012년 하이닉스 인수 추진 당시 그룹 내외부 부정적 여론 속에서도 뚝심있게 M&A를 밀어 붙였다. 반도체 사업과 제조업 노하우가 전무했던 SK그룹 상황에서 당시 ‘무모한 베팅’이나 다름 없었지만 그의 선택은 ‘신의 한수’였다. 인수 직전 연도인 2011년 자산 17조원에 불과했던 SK하이닉스는 자산 41조원 규모로 컸다. 영업이익도 3700억원에서 지난해 13조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무엇보다 내수 위주의 SK그룹이 수출형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성과를 거뒀다.

SK하이닉스 M&A실무팀으로 박 사장과 함께 일했던 유영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과 노종원 유니콘랩스장이 이번 ADT캡스 인수전에도 그와 손발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