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토닥토닥' 한번이 생명을 살립니다

이영희 토닥토닥 협동조합 대표가 상담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토닥토닥 협동조합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고 할 때 막상 마지막에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다고 합니다. 그게 흥미롭지만 바로 상담사입니다. 그만큼 믿고 지지해줄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한 생명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을 어떤 이들은 ‘헬조선’이라 부른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15년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6년 통계는 자살률이 OECD 평균의 3배 수준인 1만3092명에 달했다. 인구 10만명 당 25.6명이 그해에 스스로 목숨을 거둔 것이다.

이영희 씨는 주저 없이 "상담사가 이런 가엾은 생명을 살릴 최후의 파수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서 세 개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는 ‘토닥토닥 협동조합’(이하 토닥토닥)의 대표이사인 동시에 하루 9개 심리상담을 소화하는 현역 상담사다. 2011년 대구 중구 반월동에서 시작한 토닥토닥에서 상담을 받은 누적인원은 3만5000여명. 이젠 지역의 안전망이 됐다.

토닥토닥이 문을 열기 전 이 대표는 한 정신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심리상담에 접근하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대표는 "보통 회당 10만~15만원이 드는 상담 가격이 만만치 않은 데다 그런 선택을 하는 것 자체가 타인에게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질까 우려하는 생각이 컸다"고 되뇌었다.

창업과 함께 이 대표는 취한 조치는 우선 물리적인 것이었다. 토닥토닥의 상담 공간을 카페 형태로 꾸며 심리적 거부감을 낮췄다. 실제로 전문 바리스타가 음료를 만들고 수제 베이커리를 함께 운영해 접근성을 높였다. 상담이 아니라 내 얘길 들어줄 누군가가 항상 기다리는 교제의 장을 만든 것이다.

토닥토닥 상담소의 모습. 공간을 카페 형태로 꾸미고 실제 바리스타가 음료도 만들어준다/사진제공=토닥토닥 협동조합

가격적인 저항은 대기업인 SK의 도움을 받았다. 토닥토닥 같은 사회적 기업이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 성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SK는 이해했다. 사회적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고민을 가진 이들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대가를 최대한 낮춘 것이다.


토닥토닥의 회당 상담료는 4만~4만5000원이다. 일반 상담소가 6만~11만원 가량인 것에 비하면 반값에도 못미친다. SK는 이 같은 가격 차이를 ‘사회 성과’로 반영해 자금을 지원했다. 이 대표는 "곧바로 경제적 가치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이를 사회적 성과로 측정해 평가하는 후원사가 생기면서 실질적인 상담이 늘었고 자칫 외면할 수 있는 이들을 껴안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심리상담이 실제 상담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는지는 그 가치를 구체적으로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자살 상담 분야는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가치 있게 보존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대표는 지난 8년간 셀 수 없는 피드백을 받았다. 극단적인 선택에 앞서 그 갈림길에 놓였던 이들이 속내를 열어 소통한 이후 마음을 돌리고 보낸 감사의 메시지들이다.

인간 사이의 소통은 고독을 몰아낸다. 이 대표는 "상담을 받아본 이들은 고립감이 느껴지면 스스로 상담해서 이를 방어하려는 대응을 한다"며 "예방적 차원의 상담 학습도 우리나라의 오명을 씻는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닥토닥은 올해 서울 상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이 국제화할수록 대도시의 그늘이 깊고, 그 틈새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영희 대표는 "지난 8년간 쌓은 노하우로 더 많은 이들을 붙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