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두드리는 고성능차, 韓시장 두드린다 "올해가 원년"

"우르릉 쾅쾅쾅"

현대차 고성능 벨로스터N /사진제공=현대차

길거리에서 언뜻 보면 '일반차(車)'처럼 보이는데, 포효하듯 웅장한 엔진음을 내는 차들이 종종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자인도 더 날렵하고 스포티하다.

여기에 브랜드 로고뿐 아니라 알파벳으로 별도 엠블럼이 하나 더 달려있다. 여지 없이 고성능 서브브랜드 차들이다.

BMW 뉴 M5/사진제공=BMW코리아

◇자율주행 시대도 살아남을 '고성능차' 급성장=자동차 업계에서 '고성능차'라고 하면 일반적 의미(높은 성능의 차)도 있지만, 구체적으론 각 사가 보유한 별도 서브 브랜드를 뜻한다. 해당 차급에서 엔진·변속기를 비롯한 각 부분의 성능을 강화한 설계가 적용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BMW의 'M', 아우디의 'RS' 라인 등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BMW 중형 세단이 일반적으로 5시리즈라면, 해당 차급 고성능차는 M5로 'M'이 붙는 식이다.

고성능차는 페라리·포르쉐처럼 '대놓고 스포츠카' 티를 내진 않는다. 일상에서 너무 튀지 않게 차를 사용하면서도, 한 차원 더 높은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고객들이 타깃이다.

양산차 브랜드들로서도 숨겨진 기술력과 자존심을 드러낼 수 있는 장치다. 동일 차급에서 고성능차가 수천만원 더 비싸다 보니 고수익성은 덤이다. 노하우와 DNA는 고스란히 일반 모델에 전이될 수 있다.


자율주행·친환경차 등 미래차 시장이 확대되더라도, 인간에게 '심장을 뛰게 하는 주행 본능'이 있는 한 고성능차 시장은 그만의 고유 영역을 키워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선진 시장인 미국과 서유럽에서 지난해 고성능차는 11만3411대, 10만3687대 각각 팔려 5년 전에 비해 157.4%, 131.7% 각각 급성장했다.

◇6월 현대차 'N' 韓 출사표..AMG와 M 강자와 경쟁=글로벌 자동차 '빅5'로 우뚝선 현대차그룹이 최근 고성능차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런 연유들에서다.

그간 "양적으로 급신장을 해왔지만 질적(성능) 성장은 과연"이라는 시장 반응도 있었는데, 올해 'N' 브랜드를 내놓으며 우려를 해소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9월 'N'의 1호 모델 'i30N'이 독일 등 유럽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후, 다음달 '벨로스터N'이 국내 시장에서 첫 데뷔를 한다. 타 모델들로도 N 브랜드 적용이 확대될 예정이다.

내수 시장의 절대적 지배자인 현대차까지 고성능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올해가 국내 고성능차 시장 개화 원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된다.

지난 3월 신설된 현대차 고성능 사업부를 총괄하는 BMW M 출신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은 "N이 엔진 회전수(RPM)로 측정되기보다 드라이버의 심장 박동수(BPM)로 측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내수 시장에서 고성능차를 알려오고 저변을 확대해 온 주역은 AMG와 M 쌍두마차라 할 수 있다. 두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하며 '고성능차 불모지' 한국에서 꽃을 피웠다.

지난해 탄생 50주년을 맞은 AMG는 세계 시장에서 총 13만1970대를 판매해 설립 이래 최초로 1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특히 한국에선 총 3206대의 AMG가 팔려 전년에 비해 56%의 고속 성장을 기록했다.

AMG 스피드웨이에 전시된 메르세데스-AMG 프로젝트 원(오른쪽) 및 메르세데스-AMG GT S/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최근엔 삼성물산과 제휴해 기존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AMG 스피드웨이'로 명명하며, 메르세데스-AMG 브랜딩이 적용된 세계 최초의 트랙을 운영키로 해 화제를 모았다. 이를 통해 고성능차 시장의 새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목표다.

BMW는 이미 2014년 700억원을 투자해 문을 연 '인천 영종도 드라이빙센터'를 M브랜드 홍보 전진기지로 삼아왔다.

1999년 M5로 개시한 한국 M 판매량은 지난해 755대로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과 함께 빅3를 형성했다.

오는 14일 풀체인지 모델 '뉴 M5'에 이어 상반기 중 M4의 특별판 '뉴 M4 CS'도 잇따라 출시한다. 또 뉴 M2 컴페티션 모델까지 다양한 고성능 M 신차 라인업을 구축 중이다.

올해 국내 최초로 M 모델을 활용한 원메이크 레이스(단일차종 경주)를 열기도 했다. BMW그룹 계열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도 '존 쿠퍼 웍스'(JCW)란 고성능 브랜드를 보유 중으로 마니아층을 이루고 있다.

아우디의 경우 국내에서 두 브랜드에 비해 적극적이진 않지만 'S', 'RS' 그리고 'R8' 모델로 고성능차 분류를 세분화해 판매 중이다. S가 일상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RS는 레이싱카에 보다 가깝다.

아우디 RS 7 플러스/사진제공=아우디코리아

R8은 아우디 모터스포츠 기술의 정수를 담은 플래그십 고성능차다. 지난해 11월 국내 시장에 복귀하면서 첫차로 '더 뉴 아우디 R8 V10 플러스 쿠페'를 선보이며 상징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재규어랜드로버는 SVO팀에서 고성능 모델에 SVR·SVA 두 종류의 배지를 붙여 특별 제작한다. 현재 재규어 F-타입 SVR,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그리고 레인지로버 SVA 모델이 국내 출시됐다.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사진제공=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