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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걷어붙인 '자살 공화국'… 대책 섬세해진다

OECD 자살률 1위 韓… 정부, 구체적 자살예방사업 추진… "자살에 취약한 경쟁적 문화도 함께 바꿔야"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입력 : 2018.05.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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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살예방의 날을 이틀 앞둔 8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에 생명의 전화가 설치되어 있다.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03년 제정됬다./사진=뉴스1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이틀 앞둔 8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에 생명의 전화가 설치되어 있다.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03년 제정됬다./사진=뉴스1

한국에선 하루 평균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살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한국에서 2016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5.6명으로 OECD 국가 평균 자살률(12.1명)의 2.4배 수준이다. 오명을 씻고자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10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지난 1월23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에 따라 지난 5년간(2013∼2017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7만명을 전수조사한다고 밝혔다. △자살원인 △자살수단 및 방법 △자살장소 등 특성을 분석해 자살의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통해 각 지역별, 연령별 상황에 맞는 대책을 세우기 위함이다.

◇지역별·연령별 특수성 따른 자살 예방책 강구
복지부가 전수조사에 앞서 3개 시군구 시범사업을 통해 565건을 분석한 결과 지역 마다 특수성이 발견됐다. A 지역은 투신 자살이 자살사망자의 53.3%에 이르고 투신 장소 대부분이 아파트(75%)였다. B지역은 자살사망자의 46.2%가 야산이나 교외에서 사망하고 타지 사람 비율(53.9%)이 매우 높았다. C지역에선 20대(25.9%) 자살자 비율이 다른 동네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번개탄 사용률은 29.6%였다. 즉, 지역별·연령별 특수성에 따라 다른 예방책을 강구할 때 자살률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단 의미다.

이미 이 같은 대응 방식을 통해 효과를 본 곳들도 있다. 지난 10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의 D읍은 '번개탄 보관함'에 번개탄을 숨겨놓고 팔게 함으로써 '번개탄 자살'을 줄였다. 사는 사람에게 어디에 쓰려는 건지 의중을 묻고, 구매자에게 이상한 낌새가 감지되면 화성시 자살예방센터로 연락하는 방식이었다.

2014년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매년 4~6명이 D읍에서 '번개탄 자살'을 시도했는데, 2015~2016년 각각 2명으로 줄더니 지난 1월 이후 한 명도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D읍을 제외한 화성시 전체에서의 번개탄 자살 시도자는 증가했다. 보통 한 해에 13~16명 번개탄 자살을 시도했는데 2016년에는 30명으로 늘었다.

많은 투신자살자가 발생해 '자살 명소'라는 오명을 안았던 한강 마포대교도 난간 다리를 높인 후 자살 시도자가 크게 줄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마포대교 투신 시도자 수는 163명으로 2016년(211명)에 비해 48명 감소했다. 2016년 12월 마포대교 난간을 1.5m에서 2.5m로 높여 투신 시도를 어렵게 만든 게 가장 큰 이유다.

60대 이상 노인층의 주요 자살 수단이던 농약 판매를 금지했더니 더욱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난 적도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한국에서는 2006~2010년 전체 자살의 5분의 1을 음독자살이 차지할 정도로 높았는데 맹독성 농약 '파라콰트' 판매를 2011년부터 전면 금지해 전체 자살률 감소에 기여했다"며 이 사례가 자살률 감소를 목표로 하는 곳에 고무적인 선례가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자살위험군에 '정신적 케어'도 제공

정부는 자살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정신적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자살 동기로 정신적 문제(36.2%)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이어 △경제·생활문제는 23.4% △신체질병 문제 21.3% △가정문제 8.9%으로 '정신적 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보건복지부는 '정신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살예방 게이트키퍼(가족·이웃·친구 등 주변인의 자살위험을 신속하게 파악해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를 양성해 자살 징후에 적절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또 우울증 검진대상을 확대해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을 줄여나가겠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노력이 긍정적이라면서도 궁극적으론 사회문화 개선 노력이 함께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경쟁적이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한국 문화는 자살에 취약하기 때문에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수연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 교수(임상심리 전문가)는 "자살의 대인관계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통 소속감이 없다고 느끼거나 누군가에게 짐이 된다고 느낄 때 자살을 시도한다"며 "정부가 게이트키퍼를 양성함으로써 자살위험군이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주는 건 자살을 줄일 수 있는 의의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무한 경쟁체제로, 사람을 쉬지 못하게 한다. 이 경우 스트레스 받거나 실패 경험이 이어지면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자살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변부환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도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 때문"이라면서 "실패를 받아들이고 재기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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