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 "GM '10년 투자' 계속경영 장치…어기면 소송"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머니투데이DB

이동걸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은 11일 "10년간 GM본사의 28억달러(약 3조원)투자가 지속되는 것이 한국GM의 계속경영을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라고 밝혔다. 또 매 분기 한국GM의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경영상황을 보고받는 등 "한국GM 2대 주주로서 견제장치도 강화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산은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GM 경영정상화 협상 결과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이 회장은 "투자계획상 마지막 해인 2027년에도 연 2000억원 이상이 한국GM에 수혈된다"며 "후반부 5년에도 설비투자가 계속된다는 건 2027년 이후에도 이를 활용해 차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토권과 지분매각제한보다도 더 강력한 경영유지 담보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신규 투자는 구속력 있는 계약"이라며 "GM이 이를 어길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산은이 소송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경영실사에서는 판매량 감소와 가동률 저하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가 한국GM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례로 한국GM의 비용 측면에서 인건비의 비중이 2004년에는 8% 미만이었지만 2014년에는 15.9%로 급증했다. 반면 GM본사의 과도한 이익 편취 등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전가격 등은 모두 조세법과 OECD의 기준에 부합했고 용역거래 및 연구개발 비용도 타국 GM 법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자장사'라고 비난받았던 본사 차입금의 이자비용 역시 평균금리가 4.9%인데 GM 본사의 회사채 조달 금리는 평균 5.1%여서 이익을 낸 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장은 "GM이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 편파적인 비용 책정하는 건 아마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일PwC(실사기관)는 매우 보수적으로 평가해 오는 2022년부터 한국GM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2대 주주로서 견제장치는 강화됐다. 우선 한국GM의 임시 주주총회를 매 분기마다 개최해 산은이 경영상황 관련 보고를 받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GM이 약속한 신규 투자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 등도 감시할 수 있다는 게 산은의 설명이다. 또 필요 시 연 1회 주주감사권을 허용해 영업비밀을 제외한 모든 자료를 산은이 제공받게 된다. 이 회장은 "17% 지분의 주주로서는 확보하기 어려운 권리지만 과거 GM의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요구해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회장은 이 같은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GM 본사도 충분한 리스크를 감수한 결과"라며 "'먹튀'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GM은 한국GM에 대한 기존 대출 28억달러의 출자전환, 8억달러의 추가 출자, 28억달러의 신규 대출 등 총 64억달러를 투입하게 되는데 GM 입장에서도 적은 돈이 아니라는 것. 특히 이 회장은 "산은이 7억5000만달러(신규 출자)를 손해본다면 GM도 최소한 36억달러(출자분)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이걸 왜 먹튀로 보느냐"고 거듭 강조했다.

당초 목표였던 GM의 '20대1 규모 차등감자'를 철회한 것에 대해선 "사실상 기존 대출 95%를 탕감하라는 얘기인데 기업의 자산이 부채보다 많거나 비슷한대도 3조원 가까운 부채(26억달러)를 탕감하라는 것은 GM 입장에서도 배임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애초부터 관철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봤지만 협상 전략 상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고, 이를 고리로 비토권 등을 얻어내는 카드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10년 이후까지 한국GM의 경영을 유지할 지 보장할수는 없지만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계기를 만든 것으로 자평한다"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을 가져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고 결과적으로는 우리와 GM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윈윈' 협상이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