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선도기업이..."…檢 칼날 앞 두나무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업비트가 사기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중 상대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건전한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에 앞장선 업체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비트는 어떤 곳? 개장 3개월만에 거래량 1위=업비트는 2012년 설립된 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가 지난해 10월 오픈한가상통화 거래 사이트다. 개장 3개월 만에 거래규모로 세계 1위에 등극해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미국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비트렉스와 제휴한 덕에 100여종이 넘는 가상통화를 거래할 수 있었던 게 비결이다. 당시 국내 주요 거래사이트의 경우 10종 안팎의 가상통화를 거래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업비트에서 거래 가능한 가상통화 종류는 10배가량 많았다. 현재도 업비트는 거래 가능한 가상통화가 137종으로 국내 최다다.

이 결과 두나무의 실적은 급성장했다. 두나무 지분 8.14%를 보유한 카카오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두나무는 2016년에 21억6800만원의 적자를 내는 등 창업 이후 줄곧 적자였으나 업비트 운영을 시작한 지난해에는 10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두나무는 지난해 12월 주요주주인 카카오 출신의 이석우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해 화제를 모았다. 두나무의 주요주주는 케이큐브1호벤처투자조합(13.29%), 카카오(8.14%), 우리기술투자(7.59%), 퀄컴(6.85%), 카카오청년창업펀드(3.14%) 등으로 알려졌다. 중소벤처기업부 모태펀드를 토대로 결성된 9개 펀드도 158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두나무는 향후 3년간 1000억원을 블록체인 관련 산업에 투자하겠다며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의지를 보여왔다. 블록체인 핵심기술, 응용 서비스, 데이터, 인공지능(AI), 핀테크 등의 기술 보유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활동을 전개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두나무는 블록체인 전문 연구소 ‘람다256’를 설립하고 박재현 SK텔레콤 서비스 부문 전무를 연구소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해외 투자를 위해 ‘두나무앤파트너스’도 설립했다. 검찰 수사진행 상황과 결과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檢-이석우 대표 ‘질긴 악연’=업비트를 이끄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와 수사기관과 악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 대표 역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이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의장과 함께 ‘카카오 신화’를 이룩한 IT업계 거물급 인물이다. 이 대표와 검찰의 악연은 2014년 10월 카카오톡 감청 거부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카카오톡에 대한 검찰의 사이버 사찰 논란이 불거지자 카카오 공동대표였던 이 대표는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당시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해 12월 그는 경찰 수사를 받았다. 카카오의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그룹’에서 유포된 아동, 청소년 관련 음란물에 대해 제대로 된 사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수사기관의 카카오 감청 요구에 이 대표가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라는 점에서 보복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후 불구속 기소됐지만, 재판을 담당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헌재 심판 이후 판결이 미뤄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