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 '격론' 끝 규제개혁위 통과(상보)

월 2만원대 요금에 음성 200분·데이터 1GB(기가바이트) 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가 법제화의 첫 문턱인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제개혁위) 규제 심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빠르면 다음달 중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는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마련한 보편요금제 도입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규제개혁위는 지난달 27일 보편요금제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날 회의를 재개해 다시 논의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 간 의견이 엇갈렸지만 규제개혁위가 마지막 평결에서 사회적 필요성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며 "추후 법제화 진행과정에서 이번에 나온 우려와 이견에 대해 충분히 반영하고 보완해 달라는 규제개혁위원회의 당부가 있었다"고 밝혔다.

전 국장은 "이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영향일 있겠지만 가능하면 상반기에 국회 법안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최대한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51,100원 ▲200 +0.39%) 관계자는 "이번 논의 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점 등이 향후 법제화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법제처와 국무회의를 거쳐 보편요금제 관련 법안을 빠르면 다음달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어서 이제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보편요금제는 적정한 요금에 기본적인 음성, 데이터를 제공하는 목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요금제로 과잉 규제 논란이 일어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8월 보편요금제 도입 근거를 마련하고 시장지배적 기간통신사업자 즉 SK텔레콤에 대해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을 마련해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와 이동통신사,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찬반이 엇갈려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해 결론짓지 못했다.

이번 두 차례에 걸친 규제개혁위 심사에서도 보편요금제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보편요금제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라며 "보편요금제가 아니라 저가요금제를 통해 고객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되도록 검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측은 앞선 회의에서도 "사업자들이 특화된 요금제를 계층별로 출시해서 이미 보편적 통신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2~3중의 과잉규제"라며 "민간 시장에서는 사업자가 본질적으로 경쟁하게 되는데 이용자 수요와 상관없는 공급자 중심 시장으로 퇴행하며 경쟁이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보편요금제가 2만원대 요금제지만 상위 요금제가 다 내려오게 되고 영업이익의 60%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사업자 감당하기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통사들은 올 1분기 25% 선택약정할인 및 취약계층요금감면의 영향으로 주력인 무선사업에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전분기대비 1000원 이상씩 줄어드는 등 타격이 컸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 역시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나 보편요금제는 알뜰폰 시장인 중저가 시장의 이통사 진입을 법제화하는 것으로 우리 사업기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도매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 등 알뜰폰 활성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전 국장은 "이동통신서비스는 국민들이 필수재, 보편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가계지출 비중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고 특히 저소득층에서는 교육, 보건보다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보편요금제를 핵심으로 하는 통신비 경감을 과제로 제시한 것"이라고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또 "고가-저가 요금제 간 데이터 제공량 차이가 250배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이용자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은 차별을 해소하는 것도 보편요금제가 지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국장은 과도한 정부 개입 및 위헌 소지 지적에 대해서도 "해외에서도 시장 실패 상황에 대해서는 직간접적으로 규제하는 경우가 있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위헌 소지의 경우, 기본권을 존중하지만 어느 정도 필요한 경우에는 제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