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대출' 늘리니 '연체율'도 상승…사후점검 실효성 의문

자영업자대출(소호대출)이 180조 원에 육박한 데다 연체율 역시 1분기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우려가 제기된다. 대출규제 강화로 소호대출의 용도 외 사용 가능성이 우려돼 금융당국이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은행권 영업 현장에선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1분기 말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78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57조2000억원) 대비 13.5% 증가했다. 액수로는 무려 20조원 이상 늘어났다. 우리은행의 증가율(16.8%)이 가장 높았고, 하나(13.3%)·국민(12.8%)·신한(10.4%) 순이었다.


그러나 소호대출의 연체율도 덩달아 올랐다. 4대 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0.245%로 작년 12월 말(0.2%) 대비 0.045%포인트(p) 상승했다. 은행별 연체 증가폭은 1분기 새 신한은행이 0.06%p로 가장 높았고 우리(0.05%p)·하나(0.04%p)·국민(0.03%p) 순이었다.

이는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로 평가된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상향 조정,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 도입 등으로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소호대출을 받아 가계대출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소호대출을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감독 강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과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을 구성해 오는 8월부터 '자금용도 외 사후점검기준'을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취급한 소호대출의 92.5%가 점검되지 않았던 만큼 이 비중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은행권 영업 현장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실제로 사후 점검이 이뤄지는 7.5%의 경우를 살펴봐도 주로 은행원이 직접 찾아가거나 대출금 사용내역을 문서로 확인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마저도 형식적이어서 실제 유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번 사후점검 강화 방침은 대상이 되는 대출의 액수 기준을 넓히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실제로는 점검에 나가 증빙서류를 확인하더라도 업자들끼리 짜고 공급 계약서 등을 허위로 만들면 강제로 조사할 권한이 없는 은행원으로선 확인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은 사후 점검 대출액을 지나치게 낮추면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은행 관게자는 "사후점검 기준의 대출규모를 1억원 수준으로 낮추면 점검 대상 업체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며 "적절한 대출 규모 기준을 마련하고 증빙 서류의 종류를 강제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