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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대리운전의 '눈물'…"하루 몇푼 버는데 보험료?"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8>전국 약 20만명 '사각지대', 노동자 인정돼도 사업주와 관계 문제…"표준요금제부터"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이동우 기자 |입력 : 2018.05.1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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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부가 다음달 보험설계사와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에게 노동자 지위를 부여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 특수고용직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는 것은 반갑지만 계약 상대방(고용주체)의 부담이 늘면서 일자리가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황이 천차만별로 다양한 특수고용직종별로 어떤 입장인지 취재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이 달 11일 밤 11시 서울 강남역. '불금'(불타는 금요일)에 비틀거리는 취객 사이를 한 남성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시선은 한 손의 휴대전화에 고정한 채다.

자신을 2년차 대리 운전기사라고 밝힌 박모씨(33)의 표정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박씨는 "근처에 대리를 부른 손님을 찾고 있는데, 콜을 놓치면 업체에서 배차를 아예 끊는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짧은 대화를 마친 박씨는 다시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 위로 위태롭게 발걸음을 옮겼다.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기에 별다른 보호장치 없이 '적자생존' 해야 하는 대리기사 세계의 단면이다.

[MT리포트]대리운전의 '눈물'…"하루 몇푼 버는데 보험료?"

정부가 대리기사 등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산재·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20만명(업계 추산)에 달하는 전국 대리기사들을 보호하는 방안이라는 평가와 소득·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대리기사는 주로 야간에 근무하는 데다 급히 이동하는 일이 많아 건강에 이상을 겪는 사례가 많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63.3%는 수면 질환을 겪고 있었다.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이 있다는 대답도 71.6%에 달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대리기사 중 산재보험·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람은 각각 86.7%, 85.8%에 이른다. 일하다가 다치더라도 제대로 보상받기 어려운 처지다.

13년차 대리기사 최모씨(59)도 7년 전 운전 도중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반대편에서 오던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최씨가 운전하던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최씨는 허리와 손가락 등이 부러져 두 달간 병원 신세를 졌다. 후유증도 생겨 아직도 오래 걷다 보면 허리가 아프다.

그러나 최씨는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리기사는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수형태종사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최씨는 "은퇴하고 대리운전에 뛰어들어도 아무런 노후 대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모아둔 돈도 보험도 없는 데 건강이 나빠지면 결국 일하다가 쓰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만이 있어도 조직적으로 분출하는 건 힘들다. 대리기사들은 노동자가 아니라서 단결권도 없고 노동조합도 만들 수 없다.

대리운전 업체의 횡포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리기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수수료, 보험료,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전체 매출의 최대 40%까지도 업체에 떼어주고 이들이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50만원 남짓이다.

현장에 도착해서 손님이 전화를 받지 않는 소위 '길빵'을 당해도 대리기사의 잘못으로 몰리기 일쑤다. 업체는 취소된 호출의 책임을 대리기사에게 몰아 해당 기사에게 배차를 내주지 않는다. 한대라도 더 몰아야 하는 기사들로서는 호출이 들어오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김주환 민주노총 대리운전 정책실장은 "문제를 고쳐나갈 수 있는 당사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조건"이라며 "단결권이 보장돼야 이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주들이 보험료를 내기 꺼릴뿐더러 영세한 대리기사들도 보험료를 부담스러워 하는 탓이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 회장은 "정말 극한 상황에 몰려 하루에 몇 푼씩 벌어 먹고사는 대리기사들은 실질적인 혜택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산재보험료를 내고 싶어 하지를 않는다"며 "시장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치가 이뤄지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이 개정돼 노조 설립 권한이 생겨도 사업주와 모호한 관계가 문제 될 수 있다. 여러 업체로부터 콜을 받는 대리기사들에 대한 업무지시 주체 등이 명확하지 않다. 그 때문에 노동자로서 권리를 찾는 것보다도 표준요금제를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회장은 "대법원에서 대리기사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판례가 수차례 나왔기 때문에 당장 법 개정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조치로 표준요금제를 만들어 현장에 정착시키면 업체들의 과도한 요금 후려치기 등이 사라지면서 대리기사들의 숨통이 그나마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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