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 '아이 울음' 대신 '부부 웃음'…"연애 같아"

/사진=이미지투데이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 자리를 부부 웃음소리가 채웠다. 아이를 낳지 않은 맞벌이 부부, '딩크족'(DINK·Double IncomeNo Kids) 이야기다. 가족과 지인들 '오지랖'에 시달리지만 딩크족은 어느새 익숙한 가족 형태가 됐다.


지난해 12월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맞벌이 신혼부부 중 자녀를 갖지 않은 부부 비중은 42.2%에 달했다. 맞벌이부부 둘 중 한 쌍은 '딩크족'인 셈이다. 전체 5년 차 부부 중 자녀가 없는 비중도 13.7%로 적지 않았다. 2인 가구에 맞춰진 소형 가전과 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 정도다.

딩크족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육아로부터의 해방'이다. 상당수가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 경력 단절에 대해 두려워하기 때문. 이 같은 현상은 육아부담이 큰 여성들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6년에 직장인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한 '저출산 정책에 대한 여성근로자 대상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8.3%가 결혼을 해도 자녀를 가지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혼 2년차 디자이너 A씨(33)는 "아이 미래를 책임질 자신도 없고, 사회가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아이를 낳고 나서 경력이 끊기고 사회생활도 계속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육아 부담 '해방'에 '연애 같은 결혼' 장점

딩크족들은 2인 가구 생활에 큰 만족감을 보인다. '무자녀 부부가족 증가와 가족정책적 함의'(한국여성정책연구원 최인희 박사) 연구에 따르면 무녀 기혼자는 상대적으로 심리상태가 양호하고 부부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5년차 딩크족인 교사 B모씨(30)는 "남편과 단 둘이 지내는 지금이 행복하다"며 "어디를 놀러간다고 해도 (아이와 함께 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야하기도 해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아이가 있는 부부와 생활의 모습도 확연히 달랐다. 딩크족들은 '연애 같은 결혼'을 차이로 꼽는다. 결혼 2년차 딩크족인 C씨(40·대구)는 "결혼한 친구들은 아이를 키우느라 여행은 물론이고 영화관도 못 간다"며 "언제든 부부가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갈 수 있기 때문에 연애할 때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육아부담이 없어 부부 갈등이 적단 점도 장점이다. C씨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부가 모든 것을 쏟게 되고, 싸우는 일도 많아지는 것 같다"며 "육아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부부가 다툴 일이 확실히 적다"고 전했다.

사교육비가 필요 없는만큼 경제적 부담이 줄어 여유로운 소비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은 점이다. 한 딩크족 직장인은 "육아에 돈을 쓰지 않기 때문에 부부가 취미생활이나 사고 싶은 물건을 사는데 원하는 만큼 돈을 쓴다"면서 "저축할 여유도 있어서 노후에 대한 걱정도 덜하다"고 설명했다.

◇딩크족 괴롭히는 "애 안 낳니?"…"개인의 영역 존중해야"

그런 딩크족들도 '스트레스'는 있다. 가족·지인들이 출산을 강요하는 것. 아이가 있어야 '정상가족'이란 사회적 편견이 여전한 모습이다.

B씨는 "친정이나 친구들이 '아이를 가질 생각없냐'며 권유하기도 한다"면서 "시댁에서는 '지금도 노산인데 왜 안 낳냐'며 심하게 재촉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부모님 세대는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우리세대만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C씨(40)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 생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아이는 키우고 싶은 사람이 가져야하고, 부모의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해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출산·육아에 대해 사회의 인식을 바꿔야한다고 지적한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은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고 사생활의 영역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구분이 분명하지않다"면서 "개인의 영역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