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단지도 억대 부담금, 강남 재건축조합 ‘초긴장’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이 통지된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나홀로 단지’ 반포현대아파트에 예상을 깨고 억대의 초과이익 부담금이 통보되자 강남권 대형 재건축 단지 조합들이 초긴장 상태다. 올해 초 정부가 예고한 수억원대 ‘부담금 폭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강남구 대치쌍용2차,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등도 조만간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이 산출·통보될 전망이다.

이들 단지는 반포현대아파트와 비교해 사업 규모가 크다. 반포주공1단지는 기존 1490가구를 헐고 2091가구를 새로 짓고 대치쌍용2차는 364가구를 560가구로 늘린다. 문정동 136번지는 단독주택과 빌라가 혼재된 지역을 1265가구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재건축을 통해 가구 수가 많이 늘어나고 인근 집값 상승률이 높을수록 부담금 규모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단지에는 반포현대에 부과된 1억3569만원보다 훨씬 높은 부담금이 예상된다.

올해 초 국토교통부는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소재 15개 재건축 단지의 평균 재건축 부담금을 4억3000만원으로 추정했다. 단지별로 부담금이 가장 많은 곳은 8억4000만원, 가장 적은 곳은 1억6000만원이었다.

강남권에서도 사업성이 뛰어난 곳으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는 부담금이 4억원을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관내 재건축을 앞둔 단지 입주민들 위주로 예상부담금 규모 문의가 많다”며 “단지별 구체적 부담금 규모는 실제 준공 시점에 확정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대치쌍용2차 아파트 전경. /사진=김사무엘 기자

대치쌍용2차 재건축 조합도 같은 이유로 고민에 빠졌다. 이 단지는 지난 2014년 재건축 조합 추진위 설립 당시 전용 84㎡ 거래가격이 9억원이었는데 올해 2월에는 16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준공 예상 시점인 3~4년 후의 가격상승분을 고려하면 부담금이 당초 예상했던 1억원선을 크게 웃돌 가능성이 높다.

문정동 재건축 단지의 경우 조합원간 보유 지분에 따라 부담금 격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대치동 은마, 잠실주공 5단지 등 재건축을 추진 중인 대단지 아파트들도 부담금 관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 분위기다.

부담금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한풀 꺾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둘째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02% 떨어져 3주째 하락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부담금 공포가 다른 강남 재건축단지로 확산되면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행정소송 등 법적 다툼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잠실주공5단지 등 11개 재건축조합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위헌소송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피해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하지만 이번에 구체적 행정 처분인 ‘예상금액통지’가 나온 만큼 앞으로 부과금액이 산출된 단지들을 중심으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초 국토교통부가 산출한 강남권 단지별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시뮬레이션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