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6월 위기설'에 시장 휘청, 주식고수 4인의 의견은?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여파로 아르헨티나, 터키 등 일부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6월 위기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국가의 유동성 위기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주식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저평가된 국내 가치주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총괄본부장은 "한국은 지배구조 개선, 배당 성향 상향 같은 증시 안정 요인이 많아 시장 신뢰도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美 국채 금리 상승…건전성 취약한 신흥국 '휘청'=아르헨티나의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신청과 터키 통화가치 급락 등 신흥국 위기의 주범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국채 금리가 치솟자 이들 채권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그 결과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국가들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신흥국 전체를 확산되지 않고, 대외 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국가로 국한됐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신흥국 위기는 과도한 레버리지(부채) 투자를 통한 과속 성장이 주된 요인"이라며 "일부 신흥국이 대외 건전성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걸맞지 않게 빛을 내 성장하다가 미 금리 상승으로 외국인 자금이 일시에 빠져 나가 유동성 위기가 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터키의 경우 각각 외환보유액 대비 만기 1년 미만 단기외채 비중이 87.7%. 197.2%에 달한다. 특히 올해 만기 도래하는 달러표시 채권 비중은 전체 채권의 20%, 16.6% 수준으로 신흥국 전체 평균 6%보다 3배 정도 높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 표시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해외에 풀린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최근 자금 유출로 환율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신흥국은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돼 외환보유액보다 단기채무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국가들"이라고 지적했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도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미 3%대로 올라와 완만하게 상승하는 흐름 보이고 있다"며 "여기에 달러 가치가 이달 들어 강세로 돌아서 신흥국 자금이 순유입에서 순유출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유럽 경기 개선이 둔화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미국 경기가 양호해 채권 금리 상승, 달러 가치 강세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신흥국의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돼 투자심리가 위축된 게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본부장은 그러나 "한국 등 상당수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대외 건전성이 우수하고 환율이 안정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경상적자 감소를 위해 약달러 정책으로 돌아설 경우 달러 강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높아 이번 위기가 신흥국 전체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우려 혹은 기대, 이미 주가에 반영=6월 위기설에 투자자들도 노심초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리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지금의 신흥국 위기는 대외 건전성이 취약한 국가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반면 대외 건전성이 우수한 국가로는 전이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미국 금리 인상이 중장기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의 경상수지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달러가 유입되며 환율 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본부장도 "하반기 유럽 경제 지표가 더 떨어지진 않을 것 같고 미국 금리나 달러 강세가 정리되면 하반기 글로벌 증시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물론 국내 증시의 경우 기업 실적이 상반기까지 고점을 찍고 둔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이미 주식시장에 선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하반기 국내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허 대표는 "올해는 경기회복 막바지 사이클인 만큼 그동안에 상승했던 것과 비교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6월 위기설은 실현 가능성이 없지만 하반기에 시장이 급반전하는 상황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한국이 이번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 대표는 "냉정하게 보면 한국경제는 부동산 버블, 실업률, 가계부채, 내수·수출 부진 등 아주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허 대표는 "증시에서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악재는 보이지 않지만 리스크 관리는 현재형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최악의 상황은 예측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위기일수록 저평가 가치주 비중 늘려야" =전문가들은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일수록 개별 기업을 잘 선별해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증시의 경우 지난해 실적이 큰 폭으로 늘어 저평가 상태가 더 심화됐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가치주를 골라낸다면 성공한 투자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허 대표는 "이런 때일수록 주식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1980년대부터 여러 번 위기 국면을 겪어왔는데 항상 승자는 주식이었다"며 "기초체력이 좋은 가치주 비중을 늘리면 위기가 와도 좋은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전체 상장사 이익이 40% 증가한 반면 주가는 20% 오르는 데 그친 만큼 상승 여력이 높다"며 "여기에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호재까지 겹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증시 상승기에도 주가가 보합세를 보인 중소형 가치주의 상승 여력이 커졌다"며 "투자 패러다임이 단기 성장주에서 중장기 가치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관심을 가져볼 만한 섹터로 바이오, 소비재 등을 꼽았다. 허 대표는 "최근 조정을 받은 바이오주의 경우 눈앞에 보이는 실적이 아닌 최소 10년 이상 투자하는 성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업종이고, 사드 문제가 해소 국면에 접어든 만큼 중국 관련 소비재 관련주에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개별 종목으로는 삼성전자를 지목했다. 그는 "반도체는 워낙 변동성이 크지만 삼성전자는 복합기업이고 향후 M&A(인수합병)를 통해 성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글로벌 경쟁 IT(정보기술) 기업과 비교하면 크게 저평가된 상태인 만큼 지금과 같은 주가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