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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 지지자는 어떤 적보다 정치인에게 치명적”

[따끈따끈 새책]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카이사르부터 케네디까지 그들이 선택받은 11가지 힘

따끈따끈 이번주 새책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8.05.1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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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 지지자는 어떤 적보다 정치인에게 치명적”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 선거를 치르지만, 그 효능은 때론 아이러니하다. 가장 심한 반어는 국민 다수가 서민인데, 뽑히는 이들은 ‘스펙’ 좋은 상류층이다. 사회주의 정당은 노동자로부터 다수의 표를 얻고, 국민 절반이 여성이면 여성 대표자도 그만큼 돼야 할 듯한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이유는 뻔하다. 재산, 학력, 연령, 성 등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암묵적 인식이 소위 ‘귀족’이 ‘서민’을 위해 나라를 운영하는 이상한 모양새로 반복된 셈이다.

선거만큼 민주주의 가치를 확인하는 방법이 없는데도, 아이러니하게도 선거를 통해 우리는 자주 ‘기만’당해왔다.

프랑스 격언에 등장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은 빛과 어둠이 혼재된 상황에서 저 멀리서 다가오는 털북숭이가 나를 반기는 개인지, 나에게 달려드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힘든 순간을 상징한다.

선거는 이 상징적 격언과 비슷하다. 광대뼈의 볼품없는 용모와 당론에 유일하게 반대하며 ‘찍돌이’로 불린 링컨과 지나칠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이었던 히틀러의 본 모습은 선거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확인하게 된다. 선거 이후 선택받은 ‘개’들은 선거 이전의 민의를 배신하고 ‘늑대’로 변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민 누구나 동등하다는 전제에서 제비뽑기로 공직자를 선출하던 고대 그리스 시대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평범한 노예들이 뛰어난 지배자를 고르는 방식’으로 지금의 선거는 정의된다.

책은 개와 늑대들의 시간에서 개를 선택하는 데 성공했던 소수의 사례와 늑대를 선택해 실패했던 다수의 역사를 두루 아우른다.

1848년 프랑스인들은 루이 나폴레옹이 차선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좌파를 견제해주리라 기대했고, 좌파 지식인들도 그의 개혁안에 매료됐다. 농민들의 기대감도 컸다. 나폴레옹은 갖가지 약속을 하고 대통령에 선출됐지만 모두를 배신했다. 그는 사조직을 만들어 음모를 꾸몄고 사회 안정을 이유로 다른 사상을 지닌 이들을 추방했다. 그리고 국민투표를 거쳐 황제로 등극했지만 결국 추방됐다.

1933년 히틀러는 ‘흙수저 상이용사’라는 키워드로 시민의 마음을 훔쳤다. 자본가부터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환호를 받은 그는 내각제 수장이 되자 비상사태법과 수권법 등을 잇달아 통과시켜 시민을 배신했다. 총통으로 등극했지만, 2차 세계대전 도중 자살했다.

2012년 대한민국도 비슷한 늑대의 출몰을 확인했다. ‘87년 개헌’ 이후 최초의 과반 득표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강력한 지도자’ 향수에 젖은 이들을 자극했다. 하지만 결국 ‘국정 농단’으로 파면됐다.

책은 세계적인 선거 역사를 훑으며 11가지 주요 키워드로 개와 늑대를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로마 카이사르의 사례에선 시민이 아닌 암살을 통한 소수의 전복은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뀌는 단초를 제공해 ‘독재자는 시민들이 직접 끌어내려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광신자로 변질하는 경우 서로의 지도자를 암살하는 극단적 형태가 나올 수 있다며 ‘열성적인 지지자는 정치인에게 그 어떤 적보다 치명적이다’고 알려준다.

윌리엄 피트가 영국 사상 최연소 총리에 오를 당시, 휘그와 토리 양당 모두에게 불신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임기를 마칠 때까지 원칙과 상식을 추구했으며 정치신념에 대한 일관성을 지켜 스스로 능력을 증명했고 영국 의회정치의 기틀을 마련했다. ‘보수의 가치는 원칙과 상식을 추구하는 행동에 있다’는 교훈의 보기 좋은 사례인 셈.

선거와 정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중요한 상술일지도 모른다. 존 F. 케네디가 총격으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그는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됐을까. 그는 요절함으로써 진보의 영웅, 인권의 순교자로 기억됐다. 불필요한 냉전 대립이나 베트남전쟁 개입과 같은 실정은 아무도 떠올리지 않는다. 후대 정치인들이 그를 향한 과대평가에서 얻은 교훈은 이렇다. ‘정치란 보이는 것이 전부인 유혹이다’.

비명문가, 비명문대, 비남성이라는 불리함 속에서도 보수당 당수에 오른 마거릿 대처에게선 ‘정치인이라면 대중에게 ’보통의 말‘로 설득하라’는 교훈을, 1987년 김영삼·김대중 두 대선 주자의 분열은 군사 정권의 연장을 돕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선거에는 승리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교훈을 각각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선거의 목적은 우수한 소수에게 다수의 권력을 대리하는 것이 아니라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아우르는 데 있다”며 “대중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순간, 보복의 역사는 계속된다. 선거를 더 많이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역설했다.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함규진 지음. 추수밭 펴냄. 396쪽/1만7800원.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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