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던 블록체인, 개발에 사업화까지 '대박'난 中기업

리쥔 부비 공동창업자 겸 COO가 지난 4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키플랫폼 2018 분과세션2-탈중앙화: 신세계-중관춘과 실리콘밸리의 만남'에서 '중국 블록체인의 시작, 부비의 기술과 중국 블록체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창현기자

'블록체인'이란 단어조차 없던 2012년,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고 사업화에 성공까지 한 중국 기업이 있다. 중국 최다(35개) 블록체인 기술 특허를 보유한 스타트업 '부비'(BUBI) 얘기다.

이 회사는 신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를 통해 발 빠르게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돌입한 덕분에 블록체인의 가파른 파고 속에 초기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최근엔 독보적인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1억5000만위안(약 254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도 성공했고, 중국 정부가 선정하는 '중관춘(중국의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기업'에도 선정됐다.

부비는 왜 남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했을까. 또 이를 바탕으로 중국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이에 대한 답은 블록체인 시대를 맞아 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데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지난달 19일과 20일 양일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포럼 '2018 키플랫폼'(K.E.Y. PLATFORM 2018)에서 연사로 나선 부비의 공동창업자인 리쥔 최고운영자(COO·Chief Operating Officer)를 포럼 현장에서 만나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다음은 리 최고운영자와의 일문일답.

-아무도 블록체인에 대해 모르던 시절, 이를 주목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2012년 중국과학기술원(ICT/CAS)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블록체인을 접하게 됐다. 기술원에 있으면 세계 각국의 신기술을 일반인들에 비해 먼저 접할 기회가 많다. 당시 나는 분산형 알고리즘, 암호화 기술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게 알고보니 블록체인 기술과 이념을 같이 하는 것이었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이 기술이 미래를 이끌어갈 신기술이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고 뜻이 맞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이 기술을 실생활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5년 '부비'를 창업하게 됐다.

-부비는 금융거래, 보안 등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데.
▶부비는 고객에게 기술을 파는 데만 급급해하지 않는다. 동반자적 입장에서 고객과 협력하고 해당 고객에 어떤 비즈니스가 적합한지를 함께 고민한다. 일례로 부비의 '공급망 파이낸스 플랫폼'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반영해 탄생한 것이다. 공급망 파이낸스를 통해 중소기업은 자금조달에 따르는 애로점을 해결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공급망 내에 있는 모든 기업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공급망 파이낸스의 핵심이다. 대기업에서 아직 받아야할 돈을 못받은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공급망 파이낸스 플랫폼에 있는 은행은 역시 해당 플랫폼에 있는 중소기업에 이 미수금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다. 공급망 내에서 모든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아무리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라도 별도의 담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금융기관 대출을 받는 것이다.

다른 예로, 한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대금을 결제한 경우를 가정해보자. 현재의 시스템 아래선 대기업이 1차 하청업체에 대금 결제를 했더라도 2차 하청업체는 이걸 알 방도가 없다. 그러나 공급망 파이낸스를 통하면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대금 결제 지연이 발생하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전체 산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발전하게 되고 이는 결국 대기업에도 더 많은 이익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효과를 일으킨다. 현재 800개 기업이 이 플랫폼 안에 있다.

-국가적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중국과 달리 한국에선 아직 구체화된 계획이 없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신기술의 흐름은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스탠스를 취하기 보다는 보다 열린 자세로 이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발전시켜나갈지에 대해 하루 빨리 구체화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에는 국경이 없다. 현재 초기 단계인 블록체인은 각국의 기술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