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마리' 속 한미훈련 꼬집은 김정은…文대통령 '고심·신중'

【평택=뉴시스】이정선 기자 = 북한이 지난 11일부터 실시한 ‘2018 맥스 선더’ 한미연합공중전투훈련을 문제 삼으며 16일 예정이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 발표한 16일 오전 경기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상공에서 F-16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 2018.05.16.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미'는 실마리를 찾았지만, '남북'은 교착상태에 직면했다. 북측이 연일 제기하고 있는 한미 군사연합훈련 문제에 대한 답을 마련할 타이밍이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침전쟁연습을 합리화하고 역겨운 비방 중상을 지속시켜보려는 철면피"라고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 취소의 원인으로 한미합동 공군훈련인 '맥스선더'를 다시 지목한 것이다.


앞서 지난 16일 북측은 통지문을 보내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이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 '네오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비난만 담겨, 북측의 의중이 '미국의 강경파 배제'에 맞춰져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는 시점이었는데, 리 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을 다시 끄집어 낸 것이다.

상황을 종합하면,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볼턴 보좌관과 같은 강경파의 2선후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한미연합훈련에 관한 조치를 요구했다. 백악관이 볼턴 보좌관의 '리비아식 모델'을 부인하고 북한 달래기에 나서자, 청와대에도 일정 수준의 조치를 재차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측은 당초 한미연합훈련을 후순위로 미뤄뒀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훈련이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밝혔고, 이에 남북-북미 간 대화협상이 속도를 냈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한국의 경제지원이 협상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마련돼 왔다.


하지만 맥스선더의 경우 북측이 '예년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번 훈련에는 미 공군의 최고 전략 자산인 F-22 전투기 8대가 처음으로 참가했다. 협상의 의제가 군부가 동요할 수 있는 '비핵화'였는데, 한미연합훈련까지 강화된 모양새다. 북한 내에서 '대화' 기조에 불만을 가지고 있을 군부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거세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같은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한미연합훈련을 김 위원장이 한 번은 걸고 넘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중국을 염두에 둔 수이기도 하다.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인 쌍중단(雙中斷)을 주장해왔다. 김 위원장에게는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 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게 필요하다. 패권다툼을 하는 미중 사이에서 최대한 많이 '과실'을 따기 위해서다. 이번 한미연합훈련 문제제기는 이같은 취지에서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민원'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이미 시작한 맥스선더 훈련 자체에는 변화를 주지않는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를 본 일정들과 약속들을 차질없이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다가오는 한미연합훈련 중에는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있다. 판문점 선언에는 8·15 광복절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을 명시해놨다. 남북관계를 위해 을지훈련의 '강도' 역시 고민해야 할 타이밍인 셈이다.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등은 문 대통령의 구상에 있지 않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양국 간의 연합방위라는 근본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북한의 의중도 '군부 및 중국 달래기'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에 김 위원장이 언급한 '예년의 수준'에 가깝게, 김 위원장의 위상을 배려하는 형식으로 문제를 매듭지으려 할 게 유력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미가 연합훈련 연기를 합의하는 등 '조정'을 했던 전례도 있다.

청와대는 '장고' 및 '신중' 모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간 중재 노력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남북 문제도 포함해서 같이 (고민 및 노력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파악한 북한의 의중 및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거듭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 "안다고 해도 (언론에) 언급하기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