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듯한 '부채풍선'…中보다 위험한 신흥국은?

최근 페소화 가치 급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br>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제통화기금에 3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요청한 가운데 17일(현지시간) 이에 반대하는 노동자단체 및 학생 등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신흥국 부채가 폭증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이고,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면서 언제 터질지 예상할 수 없는 뇌관이 됐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부채 규모 상위 20위 신흥국의 부채 총합이 19조3000억달러(약 2경850조원)로 10년 전(5조달러)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중국이 절반이 넘는 11조달러를 차지했다.

신흥국 부채 증가는 금리 인상 및 달러 강세, 긴축 추세 등과 겹치면서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신흥국 정부나 기업들이 이자와 차입 비용 증가, 자본 유입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내년까지 최소 6번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50~1.75%인 기준금리가 두 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피치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축과 금리 인상으로 예상보다 강하게 조여진다면 부채가 많은 신흥국은 글로벌 시장이 아닌 자국 시장에서조차도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자금이 미국 등으로 이동하면 신흥국은 통화 가치 급락, 외환보유고 급감 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가 꼽은 가장 위험한 나라로는 우크라이나와 터키, 아르헨티나가 꼽혔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지난 8일 국제통화기금(IMF)에 300억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기준금리를 40%나 올리고, 외환보유고를 헐어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페소화 가치 폭락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국가 채무 중 달러 등 외화 표시 채권은 1600억달러(172조8000억원) 이상으로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면 갚아야 하는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앞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상화 정책으로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 유출이 본격화됐으며 이로인해 타격을 입을 '5대 취약국'으로 아르헨티나, 터키, 파키스탄, 이집트, 카타르를 지목했다.

피치는 국가 부채 규모가 164조달러로 세계 1위인 중국을 중위험국으로 분류했지만 국유기업과 지방정부 부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신흥국 부채 문제가 시한폭탄처럼 곧 터질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신흥국에서 현지 통화로 발행되는 채권은 대부분 연기금이나 보험사, 은행 등 국내 투자자들이 흡수한다"면서 "(부채 규모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원을 제공받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흥국이 발행한 전체 채권에서 달러 등으로 표시된 외화채권 비중은 2007년 16%에서 현재 12% 정도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