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0조 보따리 풀겠다" vs 전문가 "현실성 없는 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과 중국은 17일(현지시간) 2차 무역협상을 시작했다. /AFPBBNews=뉴스1

미국과 무역협상 중인 중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연간 2000억달러(약 216조원) 이상의 보상 패키지를 제안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으로부터 농산물이나 각종 부품, 천연가스 등 상품 구매를 늘려 무역 불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방법으로는 양국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없으며 결국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채드 보운 선임연구원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보상 패키지는) 간단히 말해 현실성 없는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유럽의 에어버스나 브라질 대두 대신 모두 미국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2000억달러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운 연구원은 "현재 생산 능력을 거의 100% 가동하고 있는 미국이 단기간에 상품 생산을 더 늘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시작된 2차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중국 대표단을 이끄는 류허 중국 부총리를 접견하기에 앞서 젠스 스톨튼버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중국과의 협상이) 성공할까? 의심스럽다"면서 "왜냐하면 중국이 매우 버릇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적절한 선에서 타협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현되기 어려운) 중국의 경제보상안을 수용하면서 무역협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김정은과의 담판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이용하기 위해 무역 문제를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은 수조 원에 달하는 무역 패키지에 대한 대가로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한 제재 완화와 철강 관세 인하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중국의 기술 도용 등을 문제 삼아 연간 최소 50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의 관세 및 과징금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측이 새로운 제안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표단에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끌고 있으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참가하고 있다.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커들로 위원장은 애초 2차 협상 대표단에서 빠진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막판에 합류했다. 나바로 국장은 이달 초 중국에서 열린 1차 협상에서 므누신 장관과 욕설 섞인 언쟁을 벌였으며, 이후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협상파인 므누신 장관의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