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금감원, 두번째 감리위 앞두고 갈등고조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분식회계의혹에 대한 첫 감리위원회 참석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최종 결정이 나기 전에 사기, 분식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한 것은 당사자가 누군지 몰라도 잘못했다. 이 책임을 언젠가는 물게 될 것이다."


지난 1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첫 감리위원회 참석을 앞둔 김태한 대표이사(사장)는 강한 어조로 금융감독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분식회계에 대한 본격 공방을 앞둔 데다 감리위가 철통보안을 강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김 대표의 발언은 다소 '세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지적한 금감원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대외적으론 "사전 통보 조치 공개는 충분히 검토한 사안"이라며 표정관리에 나섰지만 금감원 내부에선 부글거리는 속내를 숨기기 어렵다고 한다.

20일 금감원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공방에 대해 "전례없는 일을 겪고 있다"며 "금감원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전까지 이목을 끌었던 금감원의 감리와 제재는 피감 대상이 시장에 명백한 문제를 일으킨 이후 벌어진 '사후 처벌' 혹은 '마무리' 성격이 강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금감원과 제재대상 모두 제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기업의 부실이나 위험성이 표면화된 사례가 아닌데다, 쟁점의 해석을 놓고 첨예하게 다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에, 금감원은 주가 폭락 등 시장 충격 책임론에 벼랑 끝 공방전을 벌이는 중이다. 관가와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마저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김 대표의 강경 발언은 금감원을 자극하기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슷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며 "(김 대표가)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물을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도 감리위 심리를 앞둔 상황에서 장외에서 공격적인 발언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8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헌 금감원장 역시 18일 취재진과 만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각일 뿐"이라며 "(금감원은) 나름대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대응의사를 밝혔다.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결론 사전통보조치를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윤 원장은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했고, 금융위와도 교감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시장충격과 사안의 중대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25일 두번째 감리위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심리한다. 이날 감리위는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양측이 동시에 회의장에 입장, 쟁점에 대해 공방을 벌이는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