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내일 '브릿지외교' 방미..트럼프와 첫 독대 회담

【성남=뉴시스】전신 기자 = 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2018.05.09.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 삐걱대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과정을 정상 궤도에 올리는 '브릿지 외교'에 나선다. 미국과 북한간 긴장이 흐르고 남북도 냉각모드인 지금이야말로 문 대통령이 중재력을 발휘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문 대통령 어깨도 무겁다.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독대를 통해 지난달 만났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대미 메시지나 비핵화 의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한·미가 생각하는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의 경제개발 등 보상책에 대해서도 접점을 찾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20일, 이 점에 주력하며 방미 준비에 몰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20분간 전화 통화로 현재 북한의 태도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의 화두는 '가교'다. 한·미의 긴밀한 대화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다시 속도를 내고 한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도 걷어낸다면 미국행은 합격점을 받을 것이다. 애초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이자 운전자를 자임했던 포지션을 재차 확인하는 셈이다.

다음달 12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 준비는 썩 매끄럽지 않았다. 북한이 강경파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리비아 방식'에 반발하자 백악관은 '트럼프 모델'을 내세워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시 체제보장, 산업 측면의 한국 모델 등 '당근'을 제시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도 연일 압박했다. 지난 16일 한미연합훈련,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책 출간을 통한 김정은 위원장 비판을 빌미로 남북고위급회담을 당일 새벽 무산시켰다. 18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참관할 우리측 기자명단을 접수하지 않았다. 17일 리선권 남북고위급 회담 대표는 '엄중한 사태'가 해소되지 않으면 한국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18일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참관할 우리측 기자명단을 접수하지 않았다. 20일엔 북한 적십자회가 나서,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이 국가정보원의 기획 아니냐는 의혹을 이산가족 상봉의 조건으로 확대시켰다.

압박의 내용은 물론, 타이밍도 주목된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인 점이다. 한국에는 비핵화 목표와 로드맵 관련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우회적 요구를 한 걸로 보인다. 또 미국을 향해선 '끌려가지 않겠다, 우리도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는 메시지다. 워싱턴D.C로 날아가는 문 대통령이 북·미는 물론, 한·미, 남·북 관계와 남·북·미 3자 관계 각각에 '브릿지' 역할을 요구받은 셈이다.


회담의 형식도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네번째를 맞는 한미 정상회담이 지난 세 차례와 다른 특징은 '독대'다. 양 정상은 배석자 없이 통역만 대동해 30여분 만난다. 그동안 단독 회담이라도 핵심 참모가 함께한 소인수 회담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독대에 대해 "얼굴을 마주하고 좀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미국 또한 한미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음이 정상간 통화에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의견'을 거듭 물었다고 한다. 미국도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토요일 밤 늦은 시간에 전화한 건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현재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생각을 묻고 문 대통령은 답변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정상회담은 북측을 다독일 말을 던질 좋은 타이밍"이라며 "한미 회담 이후 우리가 남북 고위급회담을 다시 제의하고, 판문점선언 후속조치를 이어가야 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