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타계에도 LG그룹株 "영향 크지 않다"

구본무 LG 회장. /사진제공=LG.

구본무 회장 타계했지만 증권가에서는 LG그룹의 지배구조가 단순하고 그룹 전통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없는 만큼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후계자인 구광모 상무 관련 테마주가 급등하고 있는데, LG그룹과 실질적인 연관은 없어 급등락에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배구조 단순·승계작업 탄탄…"주가 영향 미미"= 20일 구 회장이 타계한 것과 관련 증권가에서는 LG그룹의 주가 변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LG그룹은 전통적으로 장자 승계 원칙을 지켜왔다. 창업주인 고 구인회 명예회장이 1969년 타계하고 그의 장남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경영을 승계했는데, 이 과정에서 구인회 명예회장의 동생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자경 부사장을 제2대 회장으로 추대하자"고 제안한 뒤 스스로 물러났다.


3대 승계 과정에서도 이같은 전통은 이어졌으며 이번에도 큰 이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생기면 후계구도에 따라 관련 종목 주가가 요동칠 수 있는데 LG그룹은 과거 전통이나 현재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돼있고 구 회장의 장남이 오래 전부터 승계를 준비해 온 것도 주가 변동성을 줄이는 요인이다. 현재 LG그룹의 지주사 LG (77,900원 ▼1,200 -1.52%)의 최대주주는 구 회장인데 장남 구광모 LG전자 (90,600원 ▼1,600 -1.74%) 상무는 2013년부터 지주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아 왔다. 구 회장의 지분율은 11.28%고 구 상무가 6.24%를 보유한 3대 주주인데 구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는다면 곧바로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는 예전부터 지주사였고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안정적인 그룹체제를 유지해왔고 승계도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만큼 주가 변동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계자에 쏠린 눈…구광모 테마주 급등=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구광모 상무와 관련한 종목에 기대감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LG가 이사회를 열고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키로 결정하면서부터 관련 테마주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가장 주목받는 종목은 깨끗한나라 (2,280원 ▲70 +3.17%)와 보락 (1,156원 ▲17 +1.49%)이다.

구광모 상무는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의 아들로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다. 이에 따라 희성그룹과 관련된 종목을 중심으로 수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대주주가 구 상무의 아버지인 구본능 희성전자 회장이다. 보락은 구광모 상무의 장인인 정기현 씨가 대표로 몸담고 있는 회사다.

깨끗한나라는 17일 전일보다 2.07%(85원) 오른 4190원에 거래를 마쳤고, 18일에는 29.83%(1250원) 뛰어 5440원에 장을 마감했다. 17일 하루 거래량은 70만8985주로 전일 거래량(19만3367)의 3배 이상 급증했다. 보락 역시 17일과 18일 각각 전일보다 28.82%, 29.86%씩 올라 이틀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16일 종가 기준 2180원이던 주가는 18일 3675원으로 거래를 마쳐 69% 급등했다. 17일 하루 보락의 거래량 역시 2860만8854주로 전일(533만2972)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는 이번 경영권 승계 과정과 관련 종목들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할 것을 조언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깨끗한나라와 보락의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합리적 이슈 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정치테마주와 유사한 양상으로 보인다"며 "실제 기업의 가치와 연관되는 부분은 아닌데다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