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소 빠진 '美中 무역합의'… 트럼프 대응은?

상호 폭탄관세를 부과하며 무역갈등을 빚었던 미국과 중국이 2차 무역협상을 통해 중국의 대미무역흑자를 상당수준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가까스로 정면충돌을 피했다.

그동안 G2(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간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우려해왔던 세계 경제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하지만 양국이 무역흑자 축소금액 등 구체적인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에는 실패,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올해 집권 2년차 맞아 중국 무역제재 고삐… 미·중 무역갈등 격화

미중간 무역갈등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부터 예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와 돈을 빼앗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2년차인 올들어 보호무역정책 추진을 강화하며,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 고삐를 바짝 죄기 시작했다. 미국은 우선 올해초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각각 50%와 30% 관세를 부과했다. 또한 3월 1일에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한국 등이 피해를 입었지만, 중국을 겨냥한 조치의 일환이었다.

미국은 지난 3월 22일에는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기업의 투자 제한 등의 방침을 발표했다.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 행위를 문제삼아 무역법 301조를 동원했다.

하지만 중국도 그냥 당하진 않았다. 중국은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3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128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또한 지적재산권 관세에는 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106개 품목에 25% 관세부과로 대응키로 했다. 중국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스테이트팜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등을 보복의 주타깃으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의 보복관세에 발끈, 추가적으로 10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검토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중간 무역전쟁의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급락 등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는 등 세계 경제가 무역전쟁 공포에 휩싸였다.

◇미·중 2차 협상 통해 ‘중 무역흑자 축소’ 합의 도출… 미 언론 '절반의 합의‘

무역전쟁시 서로 치명타를 각오해야하는 양국은 대화를 통한 해결에 나섰다. 이달초 중국 베이징에서 1차 무역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무역불균형, 첨단기술 등 주요 쟁점분야에서 대타협을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은 중국에 오는 2020년까지 대미무역흑자를 2000억 달러까지 줄일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무역흑자 3750억 달러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치다. 또한 시장개방 확대와 기술이전강요 중단 등도 요구했다.

양국은 워싱턴DC로 자리를 옮겨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2차 무역협상에 나섰다. 양국은 이를 통해 중국의 대무역흑자를 상당수준 줄이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법규정을 개정키로 합의했다. 중국은 무역전쟁을 하지 않고, 상호 관세부과를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공동합의에 중국의 무역흑자 축소금액이나 상품구매금액 등 구체적인 목표나 수치들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절반의 성공', '반쪽의 합의'라는 평가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8일 기자들에 중국이 연간 미국상품 구매를 최소 2000억 달러까지 확대하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를 이를 즉각 부인했다.

◇협상에 회의적 시각 보인 트럼프, 강공카드 꺼내긴 힘들 듯

향후 최대의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다. 양국간 합의가 미봉책에 그치면서 공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손에 넘어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국내외적 정치상황을 고려하면 특유의 스타일대로 무역과 관련 중국을 거칠게 밀어붙이긴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2차 무역협상에 돌입한 지난 17일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희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무역협상)이 성공할 것인가? 나는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며 "내가 의심하는 이유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너무 버릇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이, 특히 전임 정권들이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을 너무 방치했고 중국도 이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단기적인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북한 제재 위반으로 7년간 미국기업과의 거래를 금지당한 ZTE에 대한 제재완화를 무역협상의 카드로 활용하려는 발언을 했다가 행정부와 의회 내 강경파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로 했다. 더구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과 관련 중국에 다시 강경 모드를 취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