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뒤 만나는데…한·미 정상 긴급통화 '北 반응' 논의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2018.05.20.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15번째 전화통화.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20일 또다시 통화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양 정상은 22일(현지시간)이면 미 백악관에서 만난다. 그런데도 2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통화가 필요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양 정상이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여러가지 반응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쪽에 대한 북한의 불만과 압박 공세를 지목한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다음달 12일로 다가온 정상회담 준비가 썩 매끄럽지 않았다. 북한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리비아 방식'에 반발, 볼턴을 강력비난했다. 비핵화-체제보장 조건을 두고 팽팽했던 북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시 경제발전이란 '트럼프 모델', 산업 측면의 한국 모델이라는 '당근'을 언급하며 일단 진정 모드다.

보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우리 정부에 대해 압박 기조로 급속 전환한 상태다. 북한은 지난 16일 한미연합훈련,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책 출간을 통한 김정은 위원장 비판을 빌미로 남북고위급회담을 당일 새벽 무산시켰다. 17일 리선권 남북고위급 회담 대표는 '엄중한 사태'가 해소되지 않으면 한국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18일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참관할 우리측 기자명단을 접수하지 않았다.

압박의 범위는 점차 넓어졌다. 20일엔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이 국가정보원의 기획 아니냐는 의혹을 이산가족 상봉의 조건으로 확대, 연결시켰다. 북한 적십자회는 "괴뢰보수패당의 집단유인납치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이 판문점선언에 반영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전망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도주의적 문제란 곧 이산가족 상봉을 가리킨다.


북한 태도의 타이밍도 주목된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남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국에게는 비핵화 목표와 로드맵 관련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요구를 강하게 한 걸로 보인다. 또 미국을 향해선 '끌려가지 않겠다, 우리도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셈이다.

이에 한미 정상은 전화로라도 상황을 공유하고,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할 필요를 느낀 걸로 보인다. 22일 만남을 위한 사전준비 성격도 있는 통화다.


윤 수석은 "양 정상은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을 포함, 향후 흔들림 없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미 중에 누가 먼저 통화를 요청했느냐에 대해 청와대는 "정상간 통화는 원칙적으로 상호 요청"이라고 말했다. 어느 쪽이 먼저 요청했다는 식으로 알려지면 양국이 느끼는 '시급성'의 차이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극히 조심스러운 걸로 풀이된다.

이로써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는 15차례로 늘었다. 문 대통령 취임 1년만에 한 달에 한 번 이상 통화했다는 계산이다. 최근에는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4월28일,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풀려난 뒤인 5월10일 통화했다. 남북 사이엔 아직 핫라인의 실효가 없는 반면 한미간엔 주요 계기가 있을 때 수시로 수화기를 들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