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급한 불 껐지만… 美·中, 갈등 재현 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궁전의 환영식에서 부인을 대동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AFP=뉴스1

정면충돌을 향해 달리던 미국과 중국, G2(주요 2개국) 국가간의 경제 무역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중국이 대미 무역 적자를 상당폭 축소하고 미국이 문제삼은 지적재산권 보호와 관련된 법 규정을 개정하는 것으로 폭탄 관세 등 전방위적인 무역 전쟁을 피하게 됐다. 하지만 무역 흑자 축소 등이 인위적으로 관리하기 쉽지 않은 데다 세부적인 합의 내용도 명확하게 나온 게 없어 언제든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충돌시 양쪽 다 타격… 급한 불 끈 미중= 2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번 양측의 극적인 합의는 '무역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겠다는 위기 의식이 주된 동력이 됐다. 미국이 지난 3월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 제품에 대해 부과키로 한 25% 고율 관세의 시행이 임박해 이번 2차 고위급 협상이 무역전쟁을 막기 위한 사실상의 '마지노선'이었다. 타결되지 못했다면 미국의 폭탄 관세와 중국의 보복 관세, 기업제재, 비관세 장벽 등으로 이어지는 무역전쟁의 피해가 고스란히 현실화되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중국이 국가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첨단 제품 등을 주요 타깃으로, 중국은 대두(콩), 돼지고기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가 되는 농촌 지역에서 나는 농산품들을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양측 모두 상대의 아킬레스 건을 겨냥했던 셈이다. 피해에 대한 우려 만큼이나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필요성도 컸다는 얘기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봉책이라도 일단 무역 갈등을 진화하는 게 급선무였을 것"이라며 "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될수록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성 떨어지는 합의에 불확실성 여전= 이번 합의로 미중 간의 경제 무역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먼저 합의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진다. 중국이 '상당폭' 줄이기로 한 대미 무역 흑자 축소 규모가 구체적으로 드러지 나지 않았고 그나마도 실무 협상이 남아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측이 전날 공동성명발표 내용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면서 "성명은 발표됐지만, 미국이 원하는 구체적인 구매 금액에 대해서는 발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공동성명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은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농산물, 에너지 분야 수입을 늘리겠다고 한 정도다. 세부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다시 부각될 수 있고 중국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원하는 수준만큼 무역 수지가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이 제기한 다른 핵심 이슈인 기술 탈취 문제도 중국이 약속한 지적재산권 법 규정 개정이 어떻게 이뤄질지, 또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봐야한다.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한 제재 완화, '중국 제조 2025' 정책 수정, 미국의 중국산 첨단제품 수입 문제 등 다른 핵심 이슈들이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구조적 무역적자-G2 패권 다툼, 무역전쟁 불씨 상존= 미중간의 무역 불균형이 오랫동안 누적된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도 이번 한번의 합의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은 796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 적자를 냈고 이중 47.1%인 3750억 달러가 대중 무역 적자다. 이 같은 미중간의 무역 불균형은 '소비대국' 미국과 '글로벌 제조기지' 중국의 구조적 차이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인위적으로 무역수지를 조정하는 게 쉽지 않고 지속성도 담보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중국이 빠르게 소비 시장을 키우고는 있지만 체질개선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북경지원장은 "미국의 천문학적인 무역 적자는 한두 해가 아니라 매년 계속되고 있는 문제"라며 "정권을 잡는 정치세력은 누구라도 이 규모를 줄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제 무역 갈등이 세계 최강국 지위를 지켜려는 미국과 경제를 디딤돌로 G2 대결에 뛰어든 중국간의 패권 다툼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의 추격 속도를 늦추려는 미국,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중국, 양국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전략적 계산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판단할 경우 다시금 '완력'에 기대 계산서를 재청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중국 측 무역 협상 대표단을 이끈 류허 중국 중앙위 정치국원 겸 국무원 부총리는 이날 공동성명 발표 후 "양국 경제 무역 관계는 장기간의 문제로 (근본적인) 해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미래의 양국 관계 발전에서 직면할 수 있는 어려움과 갈등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