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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한몸이길 바랐던 '금융당국', 불안한 동거 끝낼까

[금융당국 불안한 동거 10년] (종합)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김민우 기자, 박상빈 기자 |입력 : 2018.05.21 04:30|조회 : 1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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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지난 정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혼연일체'라며 한몸임을 강조했다. 한몸이길 바랬지만 현실은 아니기에 나온 말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아예 갈라서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금감원 체제 10년, 그들은 갈라설까.


금융위와 갈라서려는 금감원…곳곳에서 불협화음


[금융당국 불안한 동거 10년]<1>잦아지는 금융위·금감원간 불협화음..10년 누적된 갈등 표면화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상견례를 가진 뒤 접견실을 나서고 있다. 두 사람은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상견례에서 금융위와 금감원 간 협력방안과 더불어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고, 삼성바이로직스 회계 위반 의혹, 금융권 채용비리 처리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뉴스1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상견례를 가진 뒤 접견실을 나서고 있다. 두 사람은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상견례에서 금융위와 금감원 간 협력방안과 더불어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고, 삼성바이로직스 회계 위반 의혹, 금융권 채용비리 처리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뉴스1

대표적인 금융위원회 해체론자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취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 결과를 사전통보한 사실을 금감원이 공개한데 대한 금융위의 질책, 금감원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권한 확대 요구.

불과 20여일 사이에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결정을 공개 비판하고 금감원이 금융위에 대놓고 권한 확대를 요구하는 모습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혼연일체’를 강조하던 지난 정부에선 보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 원장이 상견례를 통해 ‘서로 긴밀히 협력하겠다’며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두 기관간 불협화음은 앞으로도 계속 터져 나올 것이란게 금융권 관측이다. 두 기관간 불협화음의 이면엔 2008년 금융위-금감원 체제가 출범한 후 10년간 쌓인 갈등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잇따른 금융위 해체론자의 금감원장 임명= 최흥식·김기식 전 원장이 불명예 중도 퇴진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1년만에 금감원장은 벌써 3명째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금감원장의 공통점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인사들이란 점이다.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을 모두 담당하고 금감원은 금융위의 집행기구로 존재하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다. 이들은 특히 금융위보다 금감원의 역할과 권한 강화를 주문해 왔다.

공교롭게도 주장의 강도는 최흥식 전 원장보다 김기식 전 원장, 김기식 전 원장보다 윤석헌 원장이 더 강하다. 원장이 불명예 낙마할 때마다 청와대는 오히려 더 센 인물들을 금감원장에 임명해왔다. 이들은 금감원장 취임 후 ‘정책과 감독은 다르다’, ‘독립성이 중요하다’ 등의 발언으로 금융위와의 ‘혼연일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원장은 “지금 주어진 틀 안에서 어떻게 하면 독립적인 금융감독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3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위원장 접견실에서 회동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3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위원장 접견실에서 회동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

◇표면화되는 금융위와 금감원간 갈등=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위가 금감원을 관리, 감독하는 구조다.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은 금융위를 통해 이뤄진다. 금융감독규정 개정권도 금감원장이 아니라 금융위가 갖고 있다. 반면 금융시장과 금융회사에 대한 모든 정보는 집행기구인 금감원에 있다. 인력도 금감원은 2000명, 금융위는 300명이 채 안된다. 최 위원장이 “금감원 협조 없이는 금융위 혼자 업무를 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권한과 정보가 각기 다른 기관에 있는 이 구조는 ‘혼연일체’라는 구호로 봉합돼왔다. 하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명확한 소신을 가진 금감원장이 임명된 후 ‘혼연일체’는 눈에 띄게 금이 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바이오로직 감리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감리결과를 사전통보한 사실을 공개한데 대해 금감원은 사전통보가 금감원의 권한이고 시장 파장을 고려해 공개했다고 했다. 반면 금융위는 사전통지를 공개한 전례가 없는데다 최종 결론은 증선위원회 몫인데 사전통보 공개로 마치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지난 10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시 신속한 증거 확보를 위해 현장조사권과 디지털 포렌식 장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등 강제조사권 확보에 나선 것도 양 기관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금융위 산하의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 업무와 충돌할 수 있어서다. 2013년 9월 자조단 출범 후 금감원의 자본시장 조사 기능이 약화했다는 불만이 공식적으로 터져 나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선명성 경쟁?= 문 대통령은 김기식 전 원장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달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금융은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라는 얘기였고 금감원장에 외부 인사를 임명해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지난달 2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생명에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전까지 금융위의 입장은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는 만큼 국회 진행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었지만 금융위는 “법 개정 이전이라도 삼성생명이 자발적으로 매각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방향을 틀었다. 금융권에선 금융위가 갑작스럽게 문재인 정부가 주요 개혁대상으로 삼고 있는 ‘삼성’을 겨냥한 이면에는 ‘금융위가 개혁의 주체’임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는 뒷말들이 나왔다.

얼마 후엔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 사전통보 사실을 공개했다. 이례적인 사전통보 공개인데다 시점이 마치 ‘삼성’을 두고 양 기관이 선명성 경쟁을 하는 듯 공교로웠다.

금융권에선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앞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두 목소리를 내며 개혁성을 앞세우다 보니 안정적이어야 할 금융권이 혼란스러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간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국정과제로 내놓은 채 진전은 없자 금융당국에 균열이 생기며 금융권에 혼란을 주고 있다‘며 ”향후 계획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형 기자



엑셀과 브레이크 둘러싼 금융위-금감원 갈등


[금융당국 불안한 동거 10년]<2>이해상충 방지 위해 분리 vs 효율성 위해 협력

[MT리포트]한몸이길 바랐던 '금융당국', 불안한 동거 끝낼까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의 핵심은 금융정책 조직과 금융감독 조직을 어떻게 가져갈지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산업정책과 감독은 상호 견제가 필요한 만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과 둘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만큼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이 과정에 등장하는 비유가 자동차의 ‘엑셀과 브레이크’다. 엑셀은 금융산업을 진흥시키는 산업정책을 의미한다. 경쟁과 혁신을 촉진해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측면에서 ‘엑셀’로 표현한다. ‘브레이크’는 감독이다. 경쟁과 혁신을 위해선 규제 완화와 자율 확대가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방종이 나타나 금융시스템에 위협이 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적절히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다.

◇정책과 감독 분리냐 조화냐=산업정책과 감독의 분리를 역설하는 대표적인 인물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학자 시절에 “금융위가 엑셀(산업정책)과 브레이크(감독기능)를 모두 갖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산업정책이 감독을 압도하면서 저축은행 부실, 동양증권 사태, 신용카드사 정보 유출 등 각종 금융사고와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윤 원장은 지금의 금융감독체계가 금융감독기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독립성을 구조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금융감독기구는 정부, 정치, 금융산업으로부터 독립과 중립이 중요한데 현재는 공적 민간기구인 금감원을 정부 조직인 금융위가 관리, 통제하고 있어 독립성과 중립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견해다.

반면 정책과 감독이 무 자르듯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금융정책과 감독은 실질적으로 용이하게 분리되지 않고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있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 브레이크와 엑셀을 각각 다른 사람이 밟는 자동차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정책을 재정경제부(재경부, 현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국이 맡아 정책이 분리돼 있었던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시절에도 금감위 사무국 및 금감원과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간 불필요한 견제와 경쟁, 업무 중복 등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임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2008년 이전 감독과 정책이 분리됐을 때 (금감위와 재경부 공무원이) 한 달에 한 번씩 은행연합회에 모여 ‘이 업무가 내 업무냐, 니 업무냐’를 갖고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10년 단위 금융감독체계 개편=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반복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금감위-금감원 체제가 시작됐지만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실제 개편은 10년 후인 이명박 정부 출범 때였다. 2008년 금융위-금감원 체제로 전환됐고 다시 10년이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국정과제로 제시됐지만 실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정부 출범 때 했다면 모를까 지금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전면에 내세우기엔 설득력이 약하고 추진력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정부 조직 개편과 맞물리는데 임기 1년이 지나 정부 조직을 개편하기는 정부로서도 부담일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간 갈등이 노출되면서 혼란만 커지니 업무나 권한을 명확히 조정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며 “금융회사로선 같은 금융당국인데 두 목소리가 나오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김진형 기자



개헌과 함께 물 건너간 2단계 정부조직개편…"당분간 힘들 듯"


[금융당국 불안한 동거 10년]<3>지방선거 후 동력 생길까…야당 설득도 숙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김용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8.2.27/뉴스1  &lt;저작권자 &#169;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gt;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김용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8.2.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준비는 이미 돼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데다 관련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 그러나 6월 개헌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2단계 정부조직개편도 어려워졌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정책과 감독, 소비자 보호 등 세 기능을 각각 분리해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대선 공약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에 일임하며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설립하는 내용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골자였다.

정권 초에는 최소한의 조직개편만 추진한 뒤 올해 6월쯤 개헌과 함께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포함한 추가 정부조직개편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국회에는 이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정책과 감독, 소비자 보호의 세 기능을 각기 분리하는 내용의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6월 개헌 국민투표가 사실상 무산된 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현안이 남북정상회담, 드루킹 특검 등으로 분산되면서 논의 테이블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운열 의원은 "원래 개헌과 함께 정부조직개편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개헌이 어려워지면서 (금융감독체계개편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재정부를 손대면 경제부처 전체를 같이 손대야 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 정부조직을 다시 손 대는 것은 어렵다. 좀 더 시기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여당 관계자도 "물관리 일원화 등 1단계 정부조직개편안도 아직 마무리를 못짓고 있다"면서 "2단계 정부조직개편은 얘기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방선거가 끝난 후 다시한번 2단계 정부조직개편을 포함한 금융감독체계개편이 다시 논의될 수 있다"며 "지방 선거에서 여당의 승리할 경우 이러한 동력이 조금은 생기지 않겠나"라며 가능성은 열어뒀다.

국회에서 다시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정부조직개편 논의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야당을 설득하는 것은 또 별개다. 행정기관인 금융위원회와 법률상 위임을 받아 금융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기구인 금융감독원으로 이뤄진 현행의 금융감독체계는 현 자유한국당이 여당 시절인 이명박정권에 만들어진 체제라는 점에서다.

정무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은 "기본적으로 현 체제를 더 운용해 봐야 한다"며 "그 후에 문제점을 자세히 분석해 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금융정책·감독 기구, 해외에선 어떻게 하나


[금융당국 불안한 동거 10년]<4>한·일은 정책·감독 함께..대다수 나라는 나눠

[MT리포트]한몸이길 바랐던 '금융당국', 불안한 동거 끝낼까
주요 선진국은 나라마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각기 다른 형태로 운영한다. 다만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더라도 명확히 정부나 최소한 중앙은행의 관리를 받게 한다. 금융감독의 독립성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책임성도 막중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금융감독 규정을 제·개정하는 업무를 정책으로 볼 것이냐, 감독 실무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는 그 자체로 모호하기도 하지만 이를 금융감독을 담당하는 독립적인 민간기구에 전적으로 맡길 것인지도 조심스럽다.

일본은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국내의 금융감독원 같은 감독 집행기구조차 없다. 정부기구인 금융청(FSA)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집행까지 모두 담당한다. 일본 금융청은 내각부 산하의 외청으로 운영된다. 직원은 모두 공무원 신분이며 정부기구이므로 운영경비는 전액 국가 예산으로 충당한다.

일본은 과거 대장성(현 재무성)이 예산, 세제, 재정정책 등과 함께 금융청 업무까지 맡았지만 1998년 6월 대장성의 권력 비대화를 우려해 금융감독청을 설치하고 금융회사 감독·검사 등의 업무를 이관했다. 이후 금융감독청에서 금융청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대장성 금융기획국의 금융제도·정책 기능도 넘겨받아 금융정책과 감독을 모두 맡게 됐다.

독일은 국내의 기획재정부에 해당하는 재무부가 다른 경제정책처럼 금융정책을 함께 수행하고 감독업무는 별도의 연방금융감독원(BaFin)이 맡는다. 하지만 독일의 연방금융감독원은 국내 금감원과 크게 다르다. 민간인으로만 구성된 금감원과 달리 공무원과 민간인이 함께 근무하는 조직으로 금융감독과 관련한 법이나 규정 제·개정 및 제재 업무 등은 공무원이 맡고 민간인은 현장조사와 검사, 감리 등을 담당한다. 국내의 금융위원회 일부 기능과 금감원의 통합조직인 셈이다.

영국은 2012년에 독립기구였던 금융감독청(FSA)을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건전성감독청(PRA)과 소비자보호 및 영업행위 등을 감독하는 영업행위감독청(FCA)으로 분리하면서 건전선감독청은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내에 편입시켰다. 아울러 영란은행 내에 거시건전성을 담당하는 금융정책위원회도 설치했다.

미국은 금융업권별로 금융감독기구가 나뉘어 사실상 정부조직으로 운영된다. 은행 감독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와 통화감독청, 보험은 주정부, 증권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이 각각 맡는다.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정부로부터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한다는 취지로 금감원을 설립하고 관리조직으로 금융정책 기능이 없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했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금감위가 국내 금융정책 기능까지 맡는 금융위로 확대, 개편되며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단일 정부부처가 수행하는 현 감독체계가 구축됐다.

박상빈 기자



금융감독체계의 또다른 불씨, 소비자보호 분리


[금융당국 불안한 동거 10년]<5>금감원의 건전성감독과 소비자보호를 나눠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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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의 또 다른 줄기는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소비자보호 업무)의 분리다.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감독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는 금감원을 분리할 것인가의 문제다. 금감원의 분리 문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여야가 정부조직법을 처리하면서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합의하면서 공론화됐다.

금감원의 감독업무를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으로 분리하는 문제는 이해상충에서 비롯된다. 금융회사의 부실을 막는 건전성 감독이 강화되면 소비자피해를 예방하는 업무가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금융회사가 수수료를 합리화한다며 수수료를 높이면 수익이 늘어나 건전성이 좋아지지만 소비자는 그만큼 비용이 증가해 손해를 본다.

반면 건전성감독과 영업행위감독이 금융정책과 감독의 문제처럼 명확히 분리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감독을 하다 보면 건전성감독과 영업행위감독 사이에 업무 중복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건전성감독도 결국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금융회사를 만드는게 목적"이라며 "건전성감독과 소비자보호가 다른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금융감독기구가 둘로 쪼개질 경우 금융회사 입장에선 시어머니만 둘이 되는 셈이어서 부담이 커진다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 업무를 분리할 경우 분쟁, 민원, 금융교육 등 소비자보호 업무만 떼낼 것인지, 금융회사의 영업행위와 자본시장감독까지 분리할 것인지도 논란이다.

금감원의 분리 문제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정부·여당안과 야당안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3개 법안이 제출돼 있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이종걸 의원은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와 금감원의 금소원 분리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금융감독체계 개편 법안(금융위 설치 등의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은 금감원에서 금소원 분리만이 포함된 법안(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제출해 놓고 있다.

김진형 기자



금융소비자보호, 해외선 어디서 담당하나


[금융당국 불안한 동거 10년]<6>감독기구수 따라 형태갈려..주요국, 통합형 대세

[MT리포트]한몸이길 바랐던 '금융당국', 불안한 동거 끝낼까
세계 각국의 금융감독체계는 금융감독업무를 단일 기구가 맡느냐, 여러 곳이 나눠 맡느냐에 따라 크게 통합형, 쌍봉형, 권역형 3가지로 구분된다.

◇감독기구 하나냐, 복수냐 따라 '통합형·쌍봉형·권역형'= 통합형 금융감독체계는 단일 기구가 전 금융권역에 대해 건전성과 영업행위 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함께 맡는다. 독일과 일본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연방금융감독원(BaFin)이 전 금융업권의 인허가와 건전성 및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과 검사 권한을 독점하며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도 맡는다. 일본은 한국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통합된 형태인 정부기구 금융청(FSA)이 금융권 전 부문에 대한 감독 및 검사 권한을 맡는다.

건전성과 영업행위 감독을 나눠 맡는 쌍봉형 감독체계를 가진 국가는 영국과 호주다. 쌍봉형 감독체계 국가는 보통 소비자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별도의 분쟁조정기구를 영업행위 감독기구 산하에 둔다.

영국은 영란은행(BOE)의 내부기구인 건전성감독원(PRA)과 독립법인인 영업행위감독원(FCA)이 각각 건전성과 영업행위를 감독한다. 소비자보호 업무는 정책 수립도 FCA에서 하지만 실질적인 민원과 분쟁 처리는 별도기구인 금융분쟁옴부즈만(FOS)이 담당한다.

호주는 호주건전성감독원(APRA)과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가 있으며, APRA는 건전성 감독을 맡고 ASIC는 영업행위 감독과 함께 금융소비자 분쟁을 해결하는 기구인 금융분쟁옴부즈만(FOS)을 감독한다.

금융권역을 나눠 감독하는 나라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통화감독청(OCC) 등이 은행을,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이 증권을, 주(州)별 정부 등이 보험을 나눠 감독한다. 미국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2012년에 각 기관에 분산돼 있는 소비자보호 업무를 통합한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을 설립했다. 이들 기구의 업무를 총괄하는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도 있다.

◇각 감독체계 장·단점 갈려..주요국은 통합하는 경향= 각 금융감독체계는 장·단점이 있다. 통합형은 금융리스크 포괄 감시와 중복규제 방지, 내부 소통에는 효과적이지만 특정 감독에 치우칠 경우 다른 업무에 소홀할 수 있다. 국내에선 금감원이 건전성 감독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아 2012년 5월 내부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설치했다.

권역별 체계는 통합형과 정반대다. 각 기구가 전문성을 갖고 해당 권역을 감독하지만 포괄적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 쌍봉형은 각 기구가 명확한 목적을 가진 것이 장점이지만 업무가 중복될 수 있고 한편으론 두 기구의 관심이 적거나 경계가 모호한 분야에 대해선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각 나라는 그동안 자국 금융환경에 적합한 금융감독체계를 구축하고 필요시엔 개편해왔다. 독일은 2002년 권역별 체계를 통합형으로, 호주가 1998년 11개 감독기구를 2개로 통합했다. 반면 영국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2012년에 통합형 금융감독기구(FSA)를 건전성과 영업행위 감독 조직으로 분리했다.

박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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