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을 재배해 만든 실, 패션위크에 서다

스파이더 실크로 옷을 제조하는 모습. /사진제공=볼트 스레드

가볍고 질기며 고급스러운 옷에 이용되는 실크. 그동안 이 실크 생산은 누에나 일부 거미류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 실크를 대체할 '스파이더 실크(Spider silk)'를 만든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미국의 생명공학 회사 '볼트 스레드(Bolt threads)'이다. 2009년부터 인공 거미줄 개발에 매진해온 이 회사는 거미류의 DNA 샘플을 사용해 거미줄과 최대한 비슷한 재료를 연구해왔다.

그 결과 거미줄의 단백질을 모방한 유전자 변형 효모를 물·설탕 등과 함께 발효시켜 거미줄에 가까운 실을 뽑는 기술을 개발했다. 발효시킨 진득한 물질이 기계의 작은 구멍을 거치면 실크와 같은 섬유 원단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섬유는 고무밴드와 비슷한 신축성을 지니며, 방탄조끼에 사용되는 소재보다도 2~3배 정도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보호의 이점도 있다. 단백질로 이뤄져 있어 폴리에스테르 등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다른 섬유에 비해 친환경적이다. 국제협력기구인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에 따르면 전 세계 수질 오염의 20%는 섬유 제조과정에서 나온다고 한다.


현재 볼트 스레드는 친환경 기업으로 잘 알려진 파타고니아, 베스트 메이드 등 뜻이 맞는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소재를 납품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직접 옷을 만들어 의류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다.

창업 이후 투자받은 금액은 총 2억1300만 달러(약 2314억원)로 투자자들 중에는 유명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등에 초기에 투자한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에릭 슈미트 전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이사회 의장 등이 있다.

스파이더 실크로 만든 넥타이 제품. /사진제공=볼트 스레드

스파이더 실크로 만든 제품은 지난해 3월 한정판 넥타이(314달러)를 판매되는 등 상용화도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부터 지난 1월 28일까지는 뉴욕의 현대 미술관에 1960년대 드레스를 재해석한 작품을 전시했고, 영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스텔라 맥카트니와 함께 작업도 진행했다. 지난해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이 2벌의 협업 작품은 스파이더 실크로만 제작됐다.

버섯의 균사체로 만든 가죽. /사진=볼트 스레드

볼트 스레드는 최근 또 다른 지속가능한 재료를 선보였다. 가죽을 대체할 버섯의 뿌리 부분인 균사체를 사용한 '마일로'(Mylo)로 옥수수 줄기를 깔고 그 위에 버섯의 균사체를 배양해 제작을 한다. 여기에 무두질과 염색 과정을 거치면 가죽 같이 부드럽고 강한 소재로 재탄생한다.

볼트 스레드는 마일로로 만든 가방을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다음 달부터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예약 주문을 받을 계획이다.

창업자인 댄 위드마이어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생명공학과 패션의 만남은 새로운 방식의 직물 제조를 가능하게 한다"며 "동물을 죽이지 않고, 환경을 오염 시키지 않고도 패셔너블한 제품을 만드는 혁신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