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존 레넌과 블록체인 그리고 미래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하이라이트는 전인권, 이은미 등이 부른 ‘이매진’(Imagine)이었다. ‘이매진’은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싱글곡이다. 이 노래의 가사엔 존 레넌의 아나키즘적 사상성향이 엿보인다. “국가가 없는 것을 상상해 보아요. 어렵지는 않아요.…. 당신도 동참하길 희망해요.” 아나키즘의 목적은 중앙권력을 동등한 권한을 갖는 작은 단위의 연합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존 레넌의 이상이 현실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바로 ‘가상통화’(가상화폐·암호화폐)다. 가상통화는 블록체인이라는 공개장부를 사용해 구현되며 분산화 목표를 추구한다. 즉, 화폐를 발행하고 가치를 인정해주는 중앙기관이 따로 없고 사용자들이 그 역할을 대신 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 가상통화의 대표주자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꺾였고 더불어서 비관적 전망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작동원리와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비트코인은 채굴(mining)을 통해 새롭게 발행된다. 채굴은 블록체인에 새로운 블록을 써넣는 일의 대가로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받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일랜드와 같은 국가의 전체 소비량을 능가할 정도로 많은 전력이 낭비되며 환경파괴에 일조한다. 또한 비트코인은 구조적으로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하고 익명성 유지도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은 대부분 분산화의 가치를 훼손한다.

그렇다면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는 결국 운 좋은 투기꾼과 ICO(가상통화공개)로 떼돈을 번 소수만을 위한 것인가? 이 질문의 해법 모색이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으로 이어졌다. 이더리움은 화폐 발행만이 아니라 스마트계약의 발행과 거래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금융, 광고, 무역 등과 같은 여러 분야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비트코인 채굴 방식은 작업증명에 기반을 둔 것인데 지분증명 또는 용량증명의 개념을 적용해 전력소비를 대폭 줄인 화폐도 도입된다. 예를 들어서 버스트코인은 하드디스크 용량증명으로 채굴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세상에 나온 지는 대략 10년이 되었고 가상통화의 역사는 더 짧다. 우리는 존 레넌과 같이 상상력이 풍부한 몽상가들이 만드는 파괴적인 혁신의 세상에 살고 있다. 적지 않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의 미래를 찻잔 속 태풍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