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고민했던 文대통령-트럼프, 1년만에 '독대'하는 사이로

【워싱턴=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간 상견례 및 만찬에 참석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17.06.30.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순방 행선지는 미국이었다. 대선후보 시절 "당선이 되면 미국이 아닌 북한을 먼저 방문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문 대통령이지만, 지난해 6월28일 가장 먼저 최우방국인 미국으로 향했다. 북핵 문제를 중재하는데 있어서 한미동맹을 단단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최우선 과제라는 계산이었다.


'협상의 달인'이자 '럭비공'의 대명사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이 관건이었다. 청와대 측은 방미를 하기 전부터 '트럼프 솔루션'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과,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간의 접점을 찾기도 쉽지 않았고, 악명 높은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에도 대비해야 했다.

'접점 찾기'는 지난해 6월21일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자문역을 맡았던 리처드 하스 CFR(외교협회) 회장을 만나 해결했다. 하스 회장은 "문 대통령의 개인사가 한국의 근대사와 궤를 같이 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그런 것을 설명해주면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할 듯 하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방미 직후 장진호전투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장진호전투는 흥남철수로 연결되는데, 문 대통령이 흥남철수 피난민의 후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피의 동맹"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감동적"이라고 화답했다.

'악수'와 관련해서는 청와대 참모진들이 복수의 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정도로 신경썼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첫 대면을 할 때 오른팔로 악수를 나눴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 팔꿈치 부분을 잡아 고정시켰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악수 기싸움'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도 어떻게 문 대통령이 대처할 지 조마조마했다"고 회고했던 장면이다.

모든 돌발 상황을 막을 수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한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새로운 무역협정에 대해 논의했다"고 글을 썼다. 기습적으로 당시 한미 양국간 이슈였던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대한 대화를 나눴음을 알린 것이다. 당초 북핵 등 안보 이슈를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루려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행동은 무역 문제 역시 회담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끔 했다.


11개월이 지나, 문 대통령은 또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어느덧 트럼프 대통령과의 4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국 정상은 전화통화를 15차례나 나눌 정도로 긴밀한 사이를 구축했다. 1달에 1번 이상 전화를 나눈 사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럭비공' 같은 모습에 대해 문 대통령이 그만큼 잘 대처해왔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뉴욕에서의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의전 담당 참모들이 '시간이 다 됐다'는 사인을 줬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대화를 계속 나눠 눈길을 끌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손을 잡으며 "아주 좋다. 터프해서 좋다"고까지 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는 오히려 문 대통령이 DMZ(비무장지대) 방문을 돌발 제안할 정도였다.


문 대통령이 앞세운 것은 '칭찬' 요법이다. 지난해 9월 뉴욕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염두에 둔 듯한 강경 발언을 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들을 때도 문 대통령은 "그런 강력함이 북한을 반드시 변화시킬 것"이라고 호평했다. 최근에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벨평화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야 한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을 흡족하게 했다.

약 1년 만에 백악관을 다시 찾는 문 대통령이지만, 지난해와 달리 각종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양 정상은 백악관에서 통역만 대동한 채 독대하며 북핵 해법을 논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간의 사이는 긴밀해졌지만, 의제는 무거워졌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북한을 설득할 방법을 도출해야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배석자 없이 두 정상이 단독으로 회담을 하며 심도있는 이야기를 많이 할 것이라는 게 중요한 점"이라며 "지금까지 두 정상의 모습을 봤을 때, 말이 많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전체적으로 독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