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중금리대출 신상품 쏟아낸다…자체 신용평가 도입

정부의 ‘포용적 금융’ 정책에 맞춰 은행권의 중금리 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들은 조만간 자체적으로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평가 모델 구축을 완료하고 신상품을 출시하는 등 중금리 대출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주요 은행의 사잇돌 대출 잔액은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75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사잇돌 대출 증가액 1490억원의 51%에 해당된다. 특히 은행 2곳은 올들어 사잇돌 대출 잔액이 각각 85%와 99% 증가했다.

같은기간 새희망홀씨 대출은 2567억원 늘었다. 지난해 증가액 6875억원의 37%에 이른다. 사잇돌 대출과 새희망홀씨 대출은 모두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신용 고객들이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중금리 대출 규모가 늘어난 건 은행들이 정부의 서민금융 강화 기조에 따라 중금리 대출 금리를 인하했고 일부 은행은 영업점 평가에 중금리 대출에 대한 가중치를 높였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중금리 전용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어 사잇돌, 새희망홀씨 등 정책금융 상품 외에 자체 상품을 출시하면 은행권 중금리 대출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들은 자체 신용평가 모델로 중금리 대출에서 높게 나타나는 연체율 등 위험관리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발걸음을 뗀 곳은 농협은행으로 지난달 비대면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NH e직장인중금리대출’을 선보였다. 농협은행은 기존의 신용 평가방식으로는 중금리 대출 잠재 고객을 찾아낼 수 없다고 판단, 중저신용자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주사 차원에서 각 계열사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중금리 신용평가 모델과 함께 자체 중금리 대출 상품을 개발중이다. 신한금융은 고객이 은행, 카드, 생명, 저축은행 등 계열사 한 곳만 방문해도 모든 계열사에서 대출 한도, 금리 등을 한꺼번에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는 ‘비대면 그룹 신용대출 플랫폼’도 선보일 계획이다. 플랫폼 출시와 함께 신한은행은 S드림 신용대출, 직장인신용대출 등 중금리 대출 신상품을 내놓는다.

KEB하나은행도 조만간 자체 신용평가를 활용해 금융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전용 중금리 대출 상품인 ‘편한 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보증보험과 결합한 은행 자체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중금리 대출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여신심사와 사후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 상품은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 위주로 취급해 부실률도 높아 은행이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하면 적절하게 위험관리를 하면서 서민금융도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