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빠진 4개국 취재단, 北 핵실험장 폐기 취재 위해 출발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한국이 배제된 외신기자단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과정을 참관하기 위해 22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출발해 원산으로 향했다.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등 4개국 외신기자단은 이날 오전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 원산행 고려항공 전세기인 JS622편에 탑승했다. 이륙한 시간은 오전 9시 45분께다. 민영통신사 뉴스1과 MBC 등 한국 취재단 8명도 전날 베이징에 도착해 원산행을 준비했지만 결국 동행하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 아침 판문점 개시 통화를 통해 한국 기자단 명단을 통지하려고 했으나 북한은 끝내 접수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1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취재와 관련해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통신사와 방송사 기자를 각각 4명씩 초청한다고 알렸지만 접수는 받지 않았다. 북한은 앞서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절차를 진행한다며 한국과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언론에 취재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 취재단에 대한 접수 거부는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남북 관계가 냉각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지난 17일 한·미 연합 공중훈련 '맥스선더' 실시 등을 이유로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풍계리 취재 참가 4개국 언론사는 미국 매체인 AP, CNN·CBS방송, 인터넷 매체인 VICE와 영국 뉴스채널 스카이뉴스, 영상 전문 매체인 APTN, 러시아 타스통신과 방송사인 러시아투데이, 중국 신화통신, 중앙방송(CCTV) 등이다.

이날 베이징 공항에는 외신기자단 배웅을 위해 베이징 주재 원종혁 북한 노동신문 특파원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원 특파원은 한국 취재진이 이번 취재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남측 기자들이 참가해주면 나도 얼마나 좋겠냐"며 "나도 같은 기자로서 (안타깝다), 나도 신문사 기자다"라고 말했다.

한국을 뺀 4개국 취재진이 취재를 위해 예정대로 출발함에 따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