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대출상담인줄..보이스피싱 단계별수법 대공개

/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김○○ 수사관입니다. 농협에서 10년정도 근무한 42세 김□□씨 아시나요? 김씨를 주범으로 한 금융범죄 사기단을 검거하며 현금카드, 대포통장을 압수했는데, 귀하 명의의 통장이 발견됐습니다."(정부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1단계 피해자에게 접근)

#"고객님은 1금융권 대출 거래 실적이 미비하지만 다행히 상환능력평가로 부결난 것이라 이 부분만 확인되면 대출이 가능합니다. 제가 실적을 내야해서 편법이지만 예외심사건으로 진행해보려고 연락드렸어요."(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3단계 피해자 안심시키기)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이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phishing-keeper.fss.or.kr)를 통해 신고 받은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실제 목소리와 압수한 범행수법 시나리오를 보이스피싱 단계별 사기수법으로 재구성해 23일 공개했다.

보이스피싱은 크게 △1단계 피해자에게 접근 △2단계 심리적 압박 및 주변 도움 차단 △3단계 피해자 안심시키기 △4단계 계좌 현황 파악 △5단계 금전 편취 시도 △6단계 은행 창구 직원의 피싱 확인 회피 등 6단계로 사기 수법이 나뉜다.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은 검찰·경찰의 수사관인 것처럼 고압적인 말투로 구체적 사실관계를 언급하거나 전문용어 등을 섞어가며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시작으로, 두번째 단계에선 범죄에 연루됐다고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며 제3자의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고립시킨다.


압박이 통하면 "가해자로 보지 않는다", "수사기관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 주민번호, 계좌번호, 비밀번호는 요구하지 않는다"는 등의 말로 피해자를 안심시켜 의심을 해소한다. 이어 4단계에선 피해자가 가진 계좌 잔액 등을 물어 실제 돈을 가로챌지를 결정한다.

사기범은 피해자가 가진 돈이 없다면 통화를 끊고 자산이 충분하다면 5단계로 넘어가 금전 가로채기를 시도한다. "재산권 판독을 위해 가상계좌번호로 이체하면 합법적 재산권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는 등의 말로 속여 자금 송금을 유도하는 식이다. 마지막 6단계에선 "은행 직원이 '돈을 왜 찾냐' 등을 물을 이유가 없다"고 속여 피해자가 은행 창구 직원들의 보이스피싱 확인 절차를 피하도록 유도한다.

돈이 급한 서민을 노리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의 경우도 전문적인 금융용어를 섞어쓰는 수법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이후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이며 실제 대출상담과 구별이 어려운 절차로 소득, 계좌정보 등을 파악해낸 뒤 저금리 대출을 위해 기존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며 자금 송금을 유도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 사칭형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될 때 반드시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대출빙자형의 경우 대출승인은 금융회사 내부의 여러 단계의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되므로, 신용등급 단기상승, 조작 등으로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은 100% 사기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