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대車 지배구조 개선 정해진 시한 없다"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현대자동차 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해 재추진하겠다는 것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별도로 정해진 시한이 있는 것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주주와 소통을 통해 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23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해 재추진하는 것은 전적으로 기업의 결정"이라며 "공정위가 시한을 정해 두고 보완책을 요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현대모비스 (234,500원 ▼500 -0.21%)와 현대글로비스 (171,200원 ▲300 +0.18%)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재 체결돼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뒤 분할·합병안을 보완·개선해 재추진키로 결정했다. 현대차 그룹은 보완책 마련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줄곧 현대차그룹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왔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문제로 봤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지배구조 개편이 시장에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5월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순환출자가 지배권 유지·승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그룹 하나만 남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현대차그룹과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해) 대화를 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오자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재가를 받아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에는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는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 "금산분리를 고려하지 않은 제안"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도 받았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긍정적'이라고 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늦지 않은 시기에 변화의 노력을 보였다는 것에 대한 것일 뿐 구체적인 방법이나 수단까지 평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이 철회된 것은 오너일가보다 주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시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주주와 소통해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