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신남방정책…성장 가능성 큰 시장서 실익 챙긴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발맞춰 국내 금융회사들이 ‘금융 신남방정책’을 펼치고 있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ASEAN)과 인도 등과의 교류·협력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 수준으로 높인다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이미 아세안과 인도에 나가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며 진출한지 3년이 넘은 곳에서는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신남방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신한·KEB하나·우리·KB국민·NH농협·IBK기업·BNK부산은행 등 7개 은행의 글로벌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아세안과 인도에 적극 진출하는 이유는 높은 성장 잠재력(5곳), 높은 수익성(4곳), 문화적 동질성(3곳) 등으로 나타났다.

아세안과 인도는 인구가 많고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 잠재력이 크다. 게다가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해 선진국에 비해 금리가 높아 수익성이 좋다. 예대마진이 국내보다 2배 높은 곳도 많다. 금융시장이 미성숙해 국내 금융회사가 도전해 경쟁할만한 데다 한국과 유사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점도 유리하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 등 한류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1명)는 점도 진출 이유로 꼽혔다.

지성규 KEB하나은행 부행장은 “높은 경제성장률, 낮은 금융침투율, 젊은 인구, 개방확대 정책 등을 감안하면 다른 지역보다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말했다. 홍재은 농협은행 상무는 “신남방지역은 한국이나 주요 선진국에 비해 금리 및 예대마진이 높아 성장잠재력 및 수익창출 가능성 측면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의 영업 확대 여지가 매우 큰 시장”이라고 밝혔다.

신남방지역 진출의 핵심 전략으로는 현지화(6곳)가 꼽혔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초기에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중심으로 금융을 지원하다 현지인과 현지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허영택 신한은행 부행장은 “신남방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현지화’”라며 “현지인 지점장 등 현지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경훈 우리은행 상무는 “아세안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현지 특화상품 구축 및 소매영업 활성화를 통한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지배력을 넓혀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남방지역이 금융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중시되는 만큼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대한 기대도 높다. 설문에 응한 은행 7곳은 이구동성으로 아세안과 인도에 진출할 때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으로 인허가 규제를 꼽았고 이 중 5곳은 정부의 신난방정책이 인허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성빈 부산은행 상무는 “신흥 개발도상국인 신남방지역은 과도한 금융규제와 부처별로 통일되지 않은 인허가 관련 규정, 느린 업무절차 진행 등으로 외국계 금융회사가 진출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신남방정책으로 인허가 문제를 비롯해 인수·합병시(M&A) 현지 부실은행 정리 문제 등 많은 부분이 순조롭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국내 기업의 진출이 늘어나 은행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응답도 4곳에서 나왔다. 박재홍 국민은행 전무는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한국 기업의 아세안, 인도 진출도 증가할 것”이라며 “아세안, 인도 지역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 제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오혁수 기업은행 부행장은 “국가간 경제협력 관계가 심화하고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이 증가하면 은행 진출 기회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에 참여한 은행 글로벌담당 임원. 왼쪽부터 허영택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 지성규 KEB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 박재홍 KB국민은행 글로벌사업본부 전무, 박경훈 우리은행 글로벌그룹 상무, 홍재은 NH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문 상무, 오혁수 IBK기업은행 글로벌 ·자금시장그룹 부행장, 방성빈 BNK부산은행 경영기획본부장(상무). / 사진제공=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