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코리아, 왜 신남방에 꽂혔나

국내 금융회사가 아세안 국가와 인도에 깃발을 꽂고 있다. 해외 진출 초기에는 미국, 유럽 등을 공략했지만 지금은 아세안과 인도에 관심이 많다. 무엇보다 성장 잠재력이 높아 미래 먹거리를 찾는 국내 금융회사의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면 금융회사의 신남방정책도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대부분 국가에 진출=국내 은행들은 아세안 대부분 국가에 진출해 있다. 우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는 법인을 두고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신한은행의 베트남법인은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가운데 순이익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위상이 높다. 베트남에는 신한은행 외에도 우리은행이 법인을 운영하고 있고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BNK부산은행은 지점을 두고 있다. 베트남에 추가 영업점 수요는 꾸준하나 베트남 금융당국이 외국계은행 지점은 2곳으로 제한하고 있어 추가로 확장하지 못할 뿐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법인을 두고 지점을 확대하는 등 국내 은행들끼리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기업은행이 현지 은행 2곳을 인수해 현지법인 설립에 나서는 등 조만간 경쟁에 합류할 전망이다.

미얀마와 캄보디아는 최근 들어 진출이 부쩍 늘었다. 미얀마에서는 신한은행만 지점을 내고 영업중이다. KEB하나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은 MFI(소액대출회사)를 인수해 대출영업만 하고 있다. 미얀마가 2016년 은행 인가를 마지막으로 추가 인가를 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는 리딩뱅크 맞수인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 중 전북은행과 대구은행이 현지 법인을 인수해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MFI를 인수했고 농협은행, 기업은행은 사무소를 내고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인도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6개, 3개의 지점을 두고 점차 영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지점들을 ‘인도본부’로 묶어 법인처럼 운영하고 있다. 각각 1곳의 지점을 두고 있는 KEB하나은행과 기업은행도 인도 시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필리핀에는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기업은행이 지점을 두고 있고 우리은행은 저축은행을 인수해 영업하고 있다. 무역중심지인 싱가포르에도 여러 은행이 지점이나 사무소를 두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가 진출하지 않은 아세안 지역은 태국,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라오스 뿐이다. 이중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현지 금융당국이 외국계에 은행 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 진출이 막혀있다.

◇아세안·인도 진출 이유는=국내 금융회사가 신남방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건 이들 지역의 높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아세안은 2016년 기준 인구 6억3000만명, GDP(국내총생산) 2조5000억달러의 거대 시장이다. 특히 경제활동 가능인구는 4억3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68%로 ‘젊은 국가’다. 매년 5%의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등 역동적이기도 하다. 아세안은 50년전보다 인구는 약 3.5배, GDP는 100배 이상 불어났다.

인도는 인구 13억5000만명으로 세계 2위를 자랑한다. 일부에서는 중국보다 인구가 많을 것이라며 가장 유망한 시장으로 꼽는다. 풍부한 인적자원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매년 7% 수준의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IMF 등은 아세안 및 인도 지역 인구가 향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인구 증가는 내수 확대로 이어지고 경제 성장률도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꾸준한 성장세로 아세안은 2020년 4억명의 중산층을 보유한 거대 내수시장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있는 것도 국내 금융회사에 긍정적이다. 중국에 이어 제2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주목받는 베트남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다. 캄보디아와 미얀마도 중국·베트남에 이어 글로벌 생산기지로의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기업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에는 첸나이와 구르가온지역에 현대차,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진출하고 있다.

현지인과 현지 기업 못지 않게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금융 지원도 국내 금융회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오혁수 기업은행 부행장은 “아세안은 국내 중소기업 진출이 활발하다”며 “특히 거래고객의 현지금융 지원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아직 금융 발전 속도는 더디다. 예컨대 미얀마는 매년 경제성장률이 7%가 넘지만 전체 성인의 계좌보급률은 23%에 불과하다. 한국 특유의 빠른 금융서비스가 현지에서 통할 가능성도 높다. 최소 2만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영업점이 적은 국내 은행의 약점을 모바일서비스로 극복할 수 있다.

아세안은 예대마진이 높아 금융회사가 진출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2016년 기준 은행업 평균 NIM(순이자마진)은 베트남 2.80%, 인도네시아 5.1% 등으로 한국 1.68%에 비해 높다. 미얀마 등 불교 국가에서는 ‘빚을 갚지 않으면 화를 당한다’는 문화가 확산돼 있어 연체율도 낮은 편이다.

이미 금융회사는 ‘금융 신남방정책’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글로벌 이익에서 아세안과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는다.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신한은행의 국외점포 순이익의 20%를 차지했다. 우리은행은 아세안과 인도 순이익 비중이 34.4%다. 글로벌 이익의 3분의 1을 아세안과 인도에서 거두고 있는 셈이다.

KEB하나은행은 중국 비중이 다소 높아 아세안과 인도 비중은 24.6%로 경쟁 은행 비해 낮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법인은 지난해 634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KEB하나은행 해외 법인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다.

국내 은행들은 아세안 국가 가운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유망 국가로 꼽고 있다. 인도 역시 적극적으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들 지역에서 지점이나 법인을 설립하거나 추가할 때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인허가만 제때 나와도 은행에겐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 도움으로 아세안과 인도에서 성공하면 은행들은 글로벌 진출의 성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지성규 KEB하나은행 부행장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인도에서 성과를 거두지 않고서는 글로벌 이익 비중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