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北 외신 기자들 "우리가 이 호텔 유일한 숙박객… 전화 압수됐다"

윌 리플리를 비롯한 CNN 풍계리 취재단이 22일 북한 원산으로 가는 고려항공을 탑승하기위해 베이징공항으로 도착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2018.5.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초청된 외신 기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지 소식을 잇달아 전하고 있다.

풍계리로 가는 특별전용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 중인 윌 리플리 CNN 기자는 23일 호텔 내부를 촬영한 사진과 함께 "북한 정부 관계자들과 우리만이 해안도시 원산에 있는 이 호화 리조트의 유일한 숙박객"이라고 전했다. 앞서 리플리 기자는 "원산 날씨가 좋아졌지만, 여전히 20시간에 가까운 풍계리로의 여정을 언제 시작할지는 아무 말이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톰 체셔 기자는 "날씨가 너무 나쁘다는 얘기를 전달받았지만 이게 지금의 기상 상태"라며 섭씨 영상 15도의 쾌청한 날씨를 보이는 사진을 첨부했다. 북한은 기상 여건을 고려해 23~25일 사이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측 취재단을 끝까지 배제하진 않으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체셔 기자는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생각했던 한국 기자단의 도착을 기다리느라 (출발이) 지연되는지도 모른다"면서 "프레스센터에 (한국 기자단의) 이름이 적힌 카드가 놓여있다"고 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서울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북한 강원도 원산으로 출발하고 있다. 2018.5.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같은 매체 마이클 그린필드 기자도 "프레스센터에 한국 기자들의 명패가 놓여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날 남측 취재단의 명단을 접수했고 이에 따라 남측 취재단은 성남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통해 원산에 도착했다.


원산 도착 직후부터 현지 소식을 활발히 전하고 있는 그린필드 기자는 "인터넷은 원산에 있는 호텔에서만 가능하다"며 "우리가 산(만탑산으로 추정)으로 떠나면 전화 통화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진과 소식 업데이트는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갑자기 멈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체셔 기자는 "원산 공항에서 위성전화가 압수됐고 핵실험 현장에서 흡수되는 핵방사선의 양을 측정하는 장치인 방사선 선량 측정기도 마찬가지였다"며 "(북한) 관계자들은 실험장이 완전하게 안전하기 때문에 반복해서 항의했는데도 그것(방사선 측정기)이 필요하지 않다고 장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한 관계자가 환영 연설을 했고 법을 잘 준수해야 한다고 주의를 줬는데 한 기자가 충분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질책을 받은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보게 될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볼 수 있는 게 북한 정권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며 "북한 정부 관계자는 매 순간 우리 곁에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지금 머무는 원산은 북한 정권과 대조를 보이는 전형적인 것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취재를 위해 북한 원산에 체류 중인 CNN의 윌 리플리 기자가 23일 오전 트위터에 올린 사진. 왼쪽은 숙소인 원산 호텔의 식당 내부이고, 오른쪽은 자신이 리포팅하는 모습이다. <사진출처: 윌 리플리 트위터> /사진=뉴시스

체셔는 완성된 지 얼마 안 된 원산 공항 바닥은 모두 광택이 나는 대리석이며 보라색 유니폼을 입고 '만들어진 미소(fixed smiles)'를 띠고 있는 여성들, 신문가판대와 음료 자동판매가 등이 있다고도 했다.

호텔은 호화로운 리조트로 설계돼있고 들어갔을 때 페인트 냄새를 강하게 맡았으며 대형 홀에선 '기이한 연회(bizarre banquet)'를 열고 있었다고 체셔는 전했다. 그는 "식당에서 본 메뉴엔 퐁듀부터 스테이크까지 모든 게 있었고 튀긴 거북이와 상어 지느러미 수프까지 있었다"며 "기근과 빈곤으로 고통을 겪어온 나라에서 이건 혼란스러운 경험"이라고 술회했다.

원산공항 도착 당시 미 CBS뉴스는 "기내에선 북한 홍보 비디오가 상영됐고 신문도 배포됐다"면서 "이전 방북 때와 달리 신문에는 미국과 관련된 단 한 줄의 나쁜 말이 없었다"고 했다. 그 대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에 관한 분석 기사가 큼지막하게 실려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원산공항은 넓고 현대적"이라며 "공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를 위해 동원된 이들로 보인다"고 했다. CBS는 "공항에서 팔고 있는 잡지 및 국기들도 마찬가지"라면서 "우리가 떠나고 나면 대부분 문을 닫을 것"이라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