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현대모비스 개편안, 현 구조 유지할 것"

현대차그룹이 29일로 예정됐던 현대모비스 (229,500원 ▼5,500 -2.34%)·현대글로비스 (169,100원 ▼1,800 -1.05%) 분할합병 주주총회를 취소하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보완하기로 했다. 재추진 시점은 불확실하지만 증권가는 모비스, 글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제시된 분할합병안에서 회사의 중장기 경영목표와 비전, 주주환원정책을 시장과 많은 부분 공유했기 때문이다. 아예 원점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하려면 기존 성장 전략과 논리를 뒤집어야 하는 부담이 크다. 그러나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하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주주 친화적인 방식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분할·합병비율 재조정 가능성은 낮아=23일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수정안은 크게 모비스 분할부문에 대한 사업범위나 수익가치를 조정해 합병비율을 재산출하는 방법과 모비스 분할법인을 상장한 뒤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으로 나뉜다. 합병비율을 조정할 경우 지배구조 개편안 재추진에 드는 시간은 줄어들 수 있지만, 결국 분할부문 가치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또 주주들이 분할합병에 반대한 이유가 단순히 모비스 주주에게 합병비율이 불리해서만은 아니고 △분할합병 방법이나 사업적 시너지에 대한 의문 △대주주와 계열사 간 지분 양수도에 따른 모비스 주가 하락·글로비스 주가 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이기도 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대주주 이해관계에 따른 롱숏 프레임이 유지되는 한 합병비율이 모비스 주주에게 보다 유리하게 재조정된다고 해도 모비스 주가 상승이나 주주총회 통과 가능성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합병비율을 모비스에 유리하게 조정해 모비스 주가가 상승하면 향후 지분 교환 과정에서 대주주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비스 주주와 대주주의 이해가 상충돼 큰 폭의 합병비율 조정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모비스 재상장 후 합병', 유력 방안으로 부상=이에 따라 모비스 분할부문을 재상장해 가치 재평가 과정을 거친 후 글로비스와의 합병을 추진하는 안이 힘을 받고 있다. 이 경우 기존 개편안과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 가치평가를 거치면서 합병비율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의 상대적 고평가 논란을 상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분할모비스를 합병 전 상장시켜 합병비율 논란을 피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분할법인이 재상장되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길어지며 사업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 분할법인이 코스피 시장에 재상장하려면 한국거래소의 재상장 심사(매매거래일 기준 45일) 절차와 함께 존속모비스의 거래기간이 추가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회사 측에서 다시 합병비율을 정한다고 하면 주주들이 또 발끈할 수 있다. 결국 시장이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 답"이라며 "재상장 후 일주일 정도만 거래를 해도 공정가치를 충분히 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비스·현대차·기아차 지주회사 합병안도 거론돼=현대차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안을 수정하든 대주주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글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이 여전히 유력하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M&A(기업·인수) 등을 통해 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을 상승시킨 뒤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글로비스 주식 교부가 모비스 주주들에게 더 매력적 느껴져 기존 분할합병안을 재추진하는 방안도 가능하고, 글로비스가 레버리지를 일으켜 기아차의 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시나리오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 3사가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로 합병하는 '3사 분할합병안'도 여전히 거론된다. 그러나 지주회사를 선택할 경우 금산분리를 실행해야 하는데, 할부금융이 중요한 자동차산업 특징상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