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이주열 "고용 부진, 여러 요인 혼재…최저임금 영향 판단 어려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 17층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5.24/사진=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의 고용 부진은 최저임금 영향 뿐만 아니라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과 기저효과 등 여러 요인이 혼재돼 있다"며 "최저임금이 얼만큼 영향을 줬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부진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이론적으론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비용 절감을 위한 고용 조정 유인을 높이게 된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국내 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 성장흐름은 4월 전망을 수정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며 올해 3% 성장률 전망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또 한국 경제의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근거로 "일부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잠재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5월 금통위 기자회견 일문일답.

-최근 경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3% 성장률 전망 경로는 유지하고 있나.
▶지금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여러 견해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성장 전망과 관련해 보면 지금까지 국내 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해 왔고 현 단계에서 봤을 때 성장흐름은 4월 (전망)했던 것을 수정할 상황은 아직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대내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게 사실이다. 일부 이머징 이코노미(신흥국)에서의 금융불안 등 여러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성장흐름을 지난번 봤던 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지만 높아진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면 안되겠다. 그래서 지난번에 낙관할 수 없다고 한 배경도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에 대한 각별한 유의를 해야겠다는 데서 나온 것이다. 현재로서는 4월 했던 전망 흐름을 그대로 유지는 하고 있다.


-3조8000억원 추가경정(추경) 예산의 경제적 효과는.
▶정부 계획대로 집행되면 경기에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예를들어 성장률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예산의 집행률, 또 정책에 따라선 경제주체들이 어느정도 반응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얼마라고 말은 못한다. 추경 집행의 효과를 짚어보고 7월 (경제)전망을 할 때 참고토록 하겠다.

-이달초 유가에 대해 상승하고 있지만 성장률이나 물가 전망을 큰 폭 수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 이후에도 많이 올랐는데 지금도 수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보나.
▶국제유가가 월초엔 지금보단 낮았을 것이다. 앞으로 유가 전망이 어떻게 될지는 짚어보고 있다. 국제 유가에 따른 영향은 물가는 분명히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실물 경제와 관련해서도 시차를 두고 어떤 영향이 있겠지만 지금 현재의 세계 경제 흐름이 상당히 양호하고 유가가 이달 초보다 올랐지만 아직 우리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현재로서는 제한적이지 않나 본다. 결국 유가가 어떻게 될지에 달려있는데 일부 우려했듯 큰 폭으로 오르면 분명 영향을 주겠지만 유가 향방에 대해서 좀 더 지켜보겠다. 전체적인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정도는 7월에 다시 말드리겠다.

-아르헨티나의 구제금융 신청을 계기로 신흥국발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흥 시장의 위험이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로 신흥국위기가 한국까지 번질 가능성은 없나.
▶최근 미국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아르헨티나, 터키 같은 일부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이다. 그런데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일부 신흥국을 보면 기초 경제 여건이 취약하고 정치적, 지정학적으로 불안이 큰 나라들을 중심으로 불안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여타 신흥국으로 확대될 것인지 하는 것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일반적인 평가는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 않냐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건전성은 상당히 양호한 상황이다. 경상수지가 큰 폭 흑자를 지속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어느정도 갖추고 있고, 또 대외 채무의 구성을 봐도 단기외채 비중이 낮아 대외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일부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미국 금리 정상화 정책 관련해 질문했는데, 그 과정에서 신흥국 시장에 전반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된다 생각하고 그 동향 또한 세밀히 지켜보겠다.

-최근 고용 부진의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한 생각은. 최저임금 목표 달성 속도조절론에 대한 생각은.
▶3개월 연속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대 초반에 그치고 있어서 최근 고용 상황이 부진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최저임금 영향도 말했는데 이론적으로 보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비용 절감을 위한 고용 조정 유인을 높이게 된다. 그런데 최근의 고용부진은 최저임금 영향 뿐만 아니고,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과 기저효과 등 여러 요인이 혼재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얼만큼 영향을 줬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는게 저희 생각이다. 1만원 인상에 대한 속도조절 논의는 심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아마 거기서도 나름대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 기업이나 사업주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 감안해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국제 유가가 큰 폭 상승하면서 비용 견인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국제유가가 4월 한은 전망 수준보다 상승했는데 4월 하향한 물가 전망을 다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나. 고용 부진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큰데 물가 상승과 함께 이뤄져 미니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어떻게 진단하나.
▶극심한 경기침체와 물가의 급등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을 일반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 한다. 4월에 물가 전망을 낮춘 게 사실이다. 유가가 그때 봤던 수준 이상으로 크게 오른다면 분명히 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유가 상승세가 지속된다 해도 물가가 1% 중반인 수준에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급등으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3% 전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잠재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 않다.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의 부작용은 없나.
▶정부에서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으로 시장안정화 조치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에 따라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제약되는거 아니냐, 투기세력에 이용될 가능성은 없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지금까지 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 정책에 관한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급격한 쏠림 현상이 있는 등 급변동시 시장안정화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조치를 취해 왔다. 우리가 관련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도 필요한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는 앞으로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다. 정보 공개 수준도 우리나라의 양호한 대외건전성과 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환투기에 이용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그런 우려가 늘 있기 때문에 늘 경계를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다.

-2006년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이 100bp까지 벌어졌다. 현재도 역전 상황인데, 양국 경제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경우 이 이상의 역전폭도 한은 입장에서 용인할 수 있나.
▶두 나라 간 금리역전폭에 대한 관심은 아무래도 금리가 역전되면 신흥국, 취약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겠냐는 우려에서 많이 갖고 계신 것 같다. 2006년 금리역전폭이 컸지만 그 당시 국내 경제가 경기 상승 국면에 있었고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했기 때문에 자본유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일부 신흥시장국, 자본유출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들을 보면 오히려 국내 정책금리가 높지만 자본 유출은 일어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정책금리 역전폭을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는 딱 짚어 얘기하기 어렵다. 자본유출과 관련된 것은 내외금리차도 물론 하나의 고려요인이겠지만 그보다 훨씬 큰 요건은 경제 펀더멘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앞으로는 대외건전성을 양호하게 유지해서 외부충격에 대한 흡수력을 보강해 나가는게 중요하고 또 동시에 구조조정 노력, 생산성 향상 노력을 통해 잠재성장률 수준을 지속가능하게 이끌고 가는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최근 경기 논쟁이 일어날정도로 한은과 정부의 판단을 못 믿는 사람들이 있는 듯하다. 경기 판단을 할때 경제심리를 얼마나 고려하나.
▶소비자심리, 기업심리 등 심리지표는 체감경기를 반영하고 있는데다가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선행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있어 심리지표도 당연히 참고지표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데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경기와 정부, 중앙은행의 경기판단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업종별 업황에 있어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그 요인이 크지 않나 생각한다. 앞으로도 경기판단을 하면서 경제주체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경기상황은 충분히 고려하겠다.

-고용 악화에 대해 정부는 기저효과라고 설명한다. 그러면 고용부진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인가.
▶고용은 3개월 연속 10만명대 초반으로 고용 상황이 부진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기저효과도 있고, 일부 업종 구조조정, 업황부진 등 복합적으로 가세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정부에서도 현재 고용 여건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물가안정목표제 수정에 대한 의견은.
▶일반적으로 물가안정목표는 그 나라 경제구조를 반영하는 적정 인플레이션율이 얼만지,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얼만지, 목표로서의 달성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설정하게 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학계는 물론 중앙은행 자체도 여러 논의가 진행중이다. 어제 오늘이 아니고 꽤 오래전부터 이런 논의가 많이 진전되고 있어서 그런 움직임에 대해 마닐라에서 언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가안정목표를 3년 주기로 점검하고 있는데, 물가안정목표를 변경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물가안정목표 변경은 중앙은행의 신뢰성, 기대인플레이션 안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목표의 변경은 상당히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금 현재 적용할 목표제에 대해 열심히 분석 검토하고 있고, 이를 가지고 정부와 협의를 해야하는 절차가 남아잇는데 그 작업이 진행중에 있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폭은 둔화되는데 기타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대출의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최근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기타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대출의 경우엔 연체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전성이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보여진다. 기타대출 증가를 현재로서는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일부 비은행 신용대출은 차주 신용도가 낮고 대출금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라 앞으로 비은행쪽 추이, 위험요인들은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고 감독당국에서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문구를 보면 고려 요인으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와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간 순서가 지난달과 비교해 바뀐 이유는.
▶기조적인 변화는 아닌데, 굳이 이유를 댄다면 최근 일부신흥국에서 나타난 금융불안이 미 금리상승, 달러 강세의 영향에 상당 부분 기인했다고 보기 때문에 다음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그런(금리인상) 의사 결정이 있다면 신흥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과거 한은은 확장적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의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번 추경 통과가 얼마나 폭을 넓혀줄까.
▶이번 3조원대 추경이 통화정책 관련해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어디까지나 일자리 창출 목적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추경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전혀 안준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의미 있는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