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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얼굴 망가져도 괜찮아, 난 조인성이 아니니까”

[따끈따끈 새책]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20대 암환자의 인생 표류기

따끈따끈 이번주 새책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8.05.26 07:03|조회 : 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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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얼굴 망가져도 괜찮아, 난 조인성이 아니니까”
그는 22세에, 그것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암에 걸린 9년 차 ‘프로아픔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어느 날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유언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는 “이 글로 누군가를 위로할 생각도, 누군가로부터 섣부른 위로 따위를 받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했다.

‘위로를 거부하는 병’에 걸린 그는 대체로 자신을 슬프게 하는 것들을 블로그에 적었는데, 되레 “긍정적인 모습에 힘을 얻어간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가령 이런 식이다. 수많은 항암치료를 거듭하면서 얼굴, 특히 코 주변 연골이 많이 망가졌는데 ‘원래 잘생긴 얼굴이 아니어서 약간의 위로가 됐다’는 것이다. “조인성 같은 외모였으면 롯데타워 정도의 나락이기에 충격으로 즉사했을 텐데, 나는 후하게 쳐도 아파트 3층 높이 정도여서 떨어져도 발목 삐끗한 정도 아픔이려나?”

코 주위에 발병한 혈액암으로 ‘잘생김을 포기’해야 하지만, 조인성급이 아니라 극한의 절망으로 치달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슬픔을 유머로 승화하는 방식은 문장 곳곳에서 드러난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오늘 밤엔 결국 죽겠구나’ 하며 포기하고 눈을 감았는데, 갑자기 ‘아차’ 싶었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말이 간호사에게 건넨 ‘아니요. 이틀째 똥을 못 눴어요’ 따위라니. 그렇게 끝내는 인생은 너무 부끄러운데….”

항암치료로 민머리가 된 자신의 모습을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와 동일시하고 흉부에 찬 공기를 빼내는 순간엔 빨대로 흡입한 ‘야쿠르트’들에게 뜬금없는 사과를 건네며 체내에 축적된 고통과 슬픔의 조각들을 하나씩 벗기려고 했다.

치료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 그는 닥치는 대로 일했다.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서 막노동하고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잃었던 사회 감각을 회복한다. 하지만 여전히 ‘비 냄새’를 맡는 사람들을 신기해하고 수액과 영양제에 의지하며 사는 모습이 꽃병에 꽂힌 장미 한 다발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저자의 말대로 암 환자의 삶은 뜨거운 커피가 가득 담긴 머그잔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생활하는 것과 비슷하다. 살얼음을 걷는 위험의 순간에도 그가 내미는 따뜻한 위로의 언어가 있다. ‘나보다 못사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위안’이 그것.

“암 판정을 받은 20대 삶은 정말 창의적인 방법으로 꾸준히 태클을 걸고 있지만, 운이 좋은 20대를 보냈다고 생각해요.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해야 했어도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김태균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244쪽/1만3000원.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사는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대로 사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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