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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일감 몰아주기 없는 경영권 승계를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입력 : 2018.05.25 04:58|조회 : 12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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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일감 몰아주기 없는 경영권 승계를
대한항공 사건으로 통행세 징수 관행이 또 드러났다. 오너일가가 회사를 차려 기내 면세점 구입에 통행세를 받은 모양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기업이 어떤 일을 할 때 직접 할 것인지, 외주를 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판단이다. 따라서 가격이나 거래조건이 공정하다면 원칙적으로 법률 위반이 발생하지 않는다.
 
일감 몰아주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구와 거래하는가는 계약자유의 원칙 적용 범위 내에 있는 일이다. 계약자유는 계약 상대방 선택의 자유도 포함한다. 그 상대방이 총수의 가족이나 친인척이라도 마찬가지다. 법률은 부모 잘 만난 사람이나 운 좋은 사람을 단순히 그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문제는 법을 넘어섰다. 통행세나 일감 몰아주기는 모든 국민이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그 불편함에는 우리 시대에 통용되는 보편적인 윤리의식과 공정함에 대한 사회적 기대 같은 것이 반영되어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는 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일감을 몰아주는 회사가 오너 가족 소유라고 해도 경영상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 자체로 비난하기는 어렵다.
 
일감 몰아주기로 대개 ‘물려받을’ 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다. 지분을 확보해야 경영권이 안정되고 경영권이 안정되어야 회사가 지속된다고 한다.
 
그러나 악성 통행세 징수나 일감 몰아주기는 모든 주주의 재산이 투자된 상장회사의 재산적 가치를 경영권을 가지고 있음을 기화로 개인적 이익으로 돌리는 희한한 방법이다. 국제 학계에 보고하기도 어렵다. 경영권의 사적 이익 취득은 백번 양보해서 비금전적 이익에 한정되어야 한다.
 
우선 피해를 보기 쉬운 사람들은 회사의 다른 주주들과 종업원들이다. 다음으로는 이런 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들이다. 일감 몰아주기 없고, 통행세 없고, 상속세·증여세 다 내는 기업과 그 오너들도 도매금으로 넘어간다. 이들이 의문의 1패를 당한다.
 
국민의 불편이 선을 넘으면 우리 헌법질서가 변할 수도 있다. 궁극적 입법자인 국민이 일감 몰아주기와 통행세로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가 과연 맞는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상법, 공정거래법, 세법이 이런 행위를 규제하지만 막지는 못한다. 워낙 우리 고유의 독창적인 문제라 해외의 규제사례 조사도 도움이 안 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다들 자제하는 것이다. 유혹이 강하고 ‘성공사례’가 있어 안 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판을 깨지는 말아야 한다. 복잡한 ‘묘안’을 들고 오는 충성파와 전문가들은 멀리하는 것이 좋다. 언젠가는 독이 된다. 4세에게 승계되는 LG가 호감기업인 이유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극단적으로 승계하면서 상속세 다 내고 지분도 다 처분하고 정통성과 회사 안팎의 사회적 자산만으로 출발하는 3세가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자발적 전문경영인으로서 실적을 쌓아가는 3세 회사를 투기자본이 넘볼 때 주주들과 노조와 사회가 과연 등을 돌릴까. 너무 낭만적인 생각인가.('기업지배구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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