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관세' 꺼낸 트럼프, NAFTA 재협상서 '지렛대'로 활용 포석

임종철 디자인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 관세' 카드를 꺼내 든 데 대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NAFTA 재협상을 빠르게 진전시키기 위한 일종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대미(對美) 주요 자동차 수출국인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양보를 얻기 위해 자동차 관세를 지렛대로 사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동차업계에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면서 "NAFTA는 매우 어렵다"고 덧붙인 데서도 알 수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를 언급하며 "그들은 매우 오랫동안 미국으로부터 이득을 취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당신에게 말하건대 이제 끝났다. 우리가 이긴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말까지 미 의회를 통과하길 희망했던 NAFTA 재협상이 현재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현행 NAFTA는 협정국끼리 무관세로 소형차를 수출하려면 소형차에 사용되는 NAFTA 협정국의 부품 비중이 62.5%여야 한다. 미국은 이 비중을 75%까지 높이자고 주장하는 동시에 부품의 절반을 미국산으로 조달해야 한다고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 안의 수용을 거부했고 이에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NAFTA 재협상 처리가 2019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이 때문에 수입차 관세부과는 꼬여있는 NAFTA 재협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유리하게 이끌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는 캐나다, 멕시코뿐 아니라 대미 자동차 수출량이 많은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의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와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 혼다자동차 등의 주가가 급락했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전했다.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가장 많은 승용차와 소형 트럭을 수출한 나라는 멕시코와 캐나다, 일본, 독일, 한국이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 부품을 가장 많이 판 나라는 캐나다, 멕시코, 중국, 독일, 브라질 순이었다고 CNN머니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7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자동차 시장의 비관세 장벽이 문제"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직접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EU에 대해선 연초부터 높은 자동차 관세를 비판하며 수입 자동차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거론해왔다.

일본 NHK는 "(미국의) 수입차 관세가 발동되면 미국의 교역 상대국과 미국 내 수입차 판매업체 등 미국 안팎에서 큰 반발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월버 로스 미 상무장관에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미국 관련 산업의 신기술 연구개발 능력을 떨어뜨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지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경우 수입량 제한 및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번 지시에 따라 수입산 자동차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조사, 트럼프 대통령에 보고하게 된다. 보고 기한은 조사착수 후 270일 이내다. 상무부가 보고서를 통해 수입산 자동차가 국가안보를 저해한다고 판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안에 새로운 관세부과나 수입량 제한 등의 조치를 최종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