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결렬…남북경협주 급락후 소폭반등, 전망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돌발 취소에 증시에서 남북경협주가 줄줄이 급락했다. 대장주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건설주가 큰 폭으로 내렸고 경협주로 분류되는 철도, 시멘트, 개성공단, 비료, 전기가스 업종에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오후 2시13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현대건설 (34,550원 ▲350 +1.02%)은 전일대비 8.59% 내린 6만1600원에 거래 중이다. 현대건설 우선주는 장 초반 하한가로 거래를 개시했지만 낙폭을 회복하며 21.7% 하락 중이다. 한라 (1,971원 ▼1 -0.05%), 현대엘리베이 (40,000원 ▼500 -1.23%), 현대로템 (40,850원 ▼50 -0.12%) 등 남북경협주로 분류되는 범현대가 계열사도 각각 16.77%, 15.69%, 18.18%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미정상회담 결렬 여파에 남북경협주의 조정이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봤지만 낙폭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경제협력 기대감이 여전한 데다 실적이 우수한 저평가 종목이 많아서다.

◇남북경협 대장주 건설, "아직 끝나지 않았다"=북미정상회담 결렬 소식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건설주와 시멘트주다. 코스피 건설업종지수는 이날 4.88% 내리고 있고 비금속광물업종지수는 7.11% 빠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주가가 가파르게 급등한 종목은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됐어도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남북경제협력 모멘텀이 유효해 기대감은 아직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북미정상회담 취소로 남북경협 호재가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건설주 단기 조정이 예상된다"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으므로 경제협력 성과가 계속될 수 있어 건설주 주가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 건설주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수준)도 아직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전일 기준 건설업종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93배로 1배(장부가)를 미달해 고평가로 보기 어려워서다.

업체별 주가 흐름도 엇갈렸다. 현대건설, 한라처럼 남북경협 테마로 주가가 오른 종목은 조정폭이 컸지만 태영건설 (2,310원 ▲10 +0.43%), GS건설, 대림산업은 조정폭이 제한적이거나 주가가 오히려 상승했다. 실적이 탄탄한 종목은 남북경협 이슈와 무관하게 주가가 움직인 것이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 건설주의 주가 상승은 남북경협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다"며 "실적 전망이 밝고 여전히 저평가된 종목이 많아 건설주 전반의 주가 조정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도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북미정상회담이 재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건설주 모멘텀이 완전히 꺾였다고 볼 수 없어 지금은 방향성을 주시하며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단기급등 종목, 조정 구간서 변동성 클 것"=이날 증시에서 남북경협주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은 주가가 선방한 반면, 단순 테마나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른 종목은 낙폭이 크게 나타났다.

이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로템 같은 철도주는 경원선과 동해선 회복 수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는데 이들은 최소 3년 넘게 걸리는 프로젝트"라며 "단기 주가 상승폭이 컸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생각되며 지금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간 증권가에서는 남북경협주가 무차별적 상승을 멈추고 실질 수혜주를 중심으로 종목 차별화가 나타날 거란 관측이 우세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차별화 시기가 더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문다솔 흥국증권 연구원은 "남북경협주의 주가 차별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시작된 것 같다"며 "당분간 경협주 투심이 후퇴하며 조정이 이어지는 동안 실적이 받쳐주는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의 방향성이 엇갈리겠다"고 언급했다.

남북경협주의 조정이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코스피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 PBR 1배 수준이 2450인 것을 고려할 때 지수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북미정상회담 취소 파장은 최근 주가 상승세가 컸던 경협 관련 테마주에 국한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