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쉴 때 여성은 주방 일'…양평원 "성차별 광고 만연"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사진=이미지투데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시키거나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성차별적 광고'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달 1일부터 8일까지 TV, 인터넷, 극장, 바이럴 등 3월 한달 간 등록된 국내 광고 457편을 대상으로 진행한 양성평등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모니터링 결과 총 36편의 광고가 '성차별적 광고'로 분류됐다. 성평등적 광고(17편)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성 역할 고정관념이 반영된 광고가 대부분이었다.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거나 여성을 타자화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었다.

지상파 A 가전제품 광고에선 남성은 소파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반면, 여성은 에어컨을 켜고 주방에서 가족들의 음식을 챙기는 모습을 대비시킨 점이 문제가 됐다. 가사노동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상파의 B 콜라겐 제품 광고는 여성을 쇼핑을 즐기고 외모를 중시·관리하는 존재로 묘사해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광고는 쇼핑을 하고 오던 여성이 자동차 추돌 사고를 낸 상황에서 상대 차량 남성이 화를 내다가 여성의 외모를 보고 그냥 돌아가는 장면을 보여줬다. 또 남성이 구매한 콜라겐 제품에 모두 엄마, 누나, 여동생 등 여성을 지칭하는 자막을 연결시켰다.

모니터링 대상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별 역할에도 성 역할 고정관념이 반영돼 있었다.

전체 등장인물 502명 중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역할에는 남성 63.8%(30명), 여성 36.2%(17명)로 등장했다. 운전자 역할도 남성 78.6%(11명), 여성 21.4%(3명)으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돌봄·가사노동을 하는 역할은 여성 59.2%(16명), 남성 40.8%(11명)로 여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양평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광고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평원 관계자는 "최근 성차별, 불법촬영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임에도 광고계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기존의 성차별을 답습하고 있다"며, "광고계 담당자들이 광고 속에 내재된 성차별을 제대로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젠더감수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